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업무 보안을 강조하며 '함구령'을 내려 인수위원과 기자들 사이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출범 사흘째인 8일 인수위가 꾸려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는 매일 아침 언론 개별 접촉 금지령을 받은 인수위원들과 기자들 사이에 쫓고 쫓기는 경쟁이 벌어진다.
기자들은 거의 유일하게 인수위원들을 만날 수 있는 출근길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지만 인수위원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사무실로 달려 들어가기 일쑤다. 점심시간에는 사무실 입구와 식당 앞에 진을 친 기자들로 붐빈다.
기자들은 인수위원들에게 명함 한 장이라도 건네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쉽지 않다. 한 인수위원은 사무실로 들어가다가 문틈으로 쏟아지는 기자들 명함 한 무더기를 건네받고는 "누가 누군지 기억도 다 못 한다"며 난처해했다.
인수위원들의 휴대전화는 비서가 받거나 자동응답 메시지가 대신 받는다. 일부는 기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놓고 전화를 가려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에게 온 전화에 대해서는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회신하곤 한다.
보도된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도 짧은 '문자 대화'가 한두 차례 이어질 뿐이다
교수·전문가 등 취재 공세에 익숙하지 않은 실무진 위주의 인수위원들은 종종 기자들을 피하다 실수를 하기도 한다.
전날 한 인수위원은 기자들을 피해 사무실로 뛰어가다가 구두 한 짝이 벗겨지기도 했고 한 인수위원은 기자들이 따라붙자 급하게 차에 올라탔으나 한동안 헛바퀴만 돌렸다. 그는 한 기자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안 풀었다"고 알려준 뒤에야 차를 몰고 떠났다.
반면 정치 경험이 있는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와 이현재 경제2분과 간사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농담을 나누는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도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며 박 당선인의 함구령을 굳건히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