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균 네오위즈 그룹 대표,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 이기원 네오위즈인터넷 대표는 1971년생 동갑내기면서 학창 시절부터 친구다. 약간의 시간 차는 있지만 네오위즈 창업 멤버이기도 하다.
세 친구는 2011년까지만 해도 무서울 게 없었다. 그룹을 대표하는 게임즈가 온라인게임 전통의 강자인 엔씨소프트, NHN한게임을 밀어내고 업계 1위 넥슨의 바로 뒤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태평성대는 잠깐이었다. 지난해 초부터 이 회사의 효자 상품인 '피파온라인2'의 계약 연장이 불투명해졌고 결국 피파2의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 한 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려주던 캐시카우가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황당한 것은 피파2의 권리권자이자 네오위즈게임즈의 2대주주인 EA가 피파3의 서비스권을 넥슨에 줬다는 점이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 지는 알 길이 없지만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새 아이를 입양한 모양새가 됐다.
또 다른 효자 '크로스파이어' 역시 지난해 내내 계약 연장과 관련해 불협화음을 냈다. 제작사인 스마일게이트는 "네오위즈게임즈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물론 네오위즈게임즈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노력에 비해 과한 성과를 가져간다'는 게 스마일게이트 측의 핵심 논리였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만 매출이 2조원(추정치)에 육박하는, 기네스 북이 인정한 최고의 달러 박스다.
이처럼 재계약이 불투명해지면서 네오위즈게임즈 주가는 한 때 7만원대에서 지난 12월 1만원대로 '수직 낙하' 했다. 뒤늦게 연말 재계약에 합의했지만 이미지는 나빠질때로 나빠졌고 계약 조건 역시 이전과 달리 많이 불리할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사실 두 게임의 서비스 계약 연장 건과 별도로 네오위즈게임즈의 위기는 2010년 시작되고 있었다. 일본 게임사 '게임온'을 인수하며 맺었던 풋백 옵션이 화근이었다. 풋백옵션은 일정 시기에 목표 주가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계약 시 맺었던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주는 것이다.
불행히도 게임온 주식은 연일 떨어졌고 풋백옵션을 맺은 업체는 네오위즈게임즈 측에 옵션을 실행했다. 이를 두고 양측의 법정 공방이 있었지만 네오위즈게임즈가 졌고 결국 이자를 포함해 1000억원 가까운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네오위즈게임즈를 포함한 계열사에서 약 200명이 희망퇴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인원을 줄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주요 전략을 결정하는 최고위 담당자들의 연이은 오판과 실기로 이 같은 사단이 나타났을 개연성이 짚다면 뭔가 다른 솔루션이 나와야 하지 않았을까. 이 회사를 퇴직한 사람들은 "연봉을 서로 조금씩 낮추는 등의 비용 절감 자구책이 전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논어 학이·자로 편에 보면 친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벗은 서로 관심을 갖고 격려하다가 빗나가면 질책도 해야한다.' '자기만 못한 자를 벗으로 삼지 마라.'
세 친구 가운데 누가 질책을 하고 질책을 받아야 하는 지, 누가 더 못한 벗인지는 그들만이 알겠지만 이 구절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닐까. /경제산업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