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될 '더 임파서블'은 무척 특이하게도 볼 거리만큼이나 읽을 거리도 많은 재난 드라마다. 재난의 실감나는 스펙터클과 재난 후 이야기에 골고루 방점을 나눠 찍었다는 뜻이다.
헨리(이완 맥그리거)와 마리아(나오미 왓츠) 부부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세 아들을 데리고 태국에 간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기만 한 해변가 리조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이들 가족은 갑자기 밀려든 쓰나미로 뿔뿔이 흩어진다.
구사일생으로 큰 아들 루카스(톰 홀랜드)와 살아남은 마리아는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파도에 휩쓸렸을 당시의 부상으로 다리를 절단할 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헨리는 함께 생존한 둘째와 셋째를 대피소로 보낸 뒤 마리아와 루카스를 찾기 위해 정처없이 헤맨다.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산더미처럼 거대한 파도로 초토화되는 리조트와 휴양객들의 모습을 극 초반부에 잠시 보여준 뒤, 이내 참사 이후로 초점을 옮긴다. 특히 마리아가 허벅지 살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크게 다친 줄도 모르고 한쪽 가슴을 드러낸 채 폐허로 변해버린 해안을 루카스의 부축을 받아가며 걷는 장면은 시각적 충격이 아닌 심리적 압박으로 관객들을 옥죈다.
이 과정에서 연출자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재난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클로즈업을 자주 활용하는데, 웬만한 공포영화와 스릴러 이상으로 팽팽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데뷔작으로 호평을 받았던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이 호러 미스터리 장르였던 것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섣불리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도 매우 이채롭다. 헨리 부부와 아이들이 쓰나미로 인한 정신적 내상에서 당분간 헤어나지 못할 것이란 미래를 담담하게 예견한다.
앞서 개봉된 '해운대' '타워'와 비교해가며 보면 더욱 흥미로울 듯싶다. 재난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동서양의 시각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12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