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래원(32)을 만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건네는 말은 "왜 이렇게 살이 쪘어요?"다. 아무리 야위어도 부족함을 느끼는 보통 연예인과 다르게 그는 "별로 신경 안 쓴다"며 희미해진 턱선 위로 미소를 머금는다. 지금의 여유와 같이 4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 '마이 리틀 히어로'에는 비주얼보다 내면의 멋이 빛난다.
▶ 허세 삼류 뮤지컬 감독 역
스타가 이렇게 턱선 관리를 안 해도 되냐고 묻자 그는 "허허허" 웃기만 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 촬영을 끝낸 뒤부터 서서히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1주일 정도 더 뉴욕에 머물다 왔어요. 주로 호텔 방에만 있었는데 마침 정말 맛있는 햄버거 가게를 발견한거죠. 살이 찌는 것도 모르고 매일 같이 먹었어요. 지난 연말에는 1년간 고생한 제 자신에게 휴가를 주는 의미로 마음껏 먹고 뒹굴었죠. 그래도 3주면 10kg을 뺄 자신이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해요. 작품을 시작하면 예민해져서 절로 빠지기도 하니까요."
이번 영화에서 역할은 평소 성격처럼 비주얼이 아닌 내면에 방점이 찍혔다. 그가 연기한 삼류 뮤지컬 음악감독 유일한은 허세로 가득차 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 영광(지대한)의 코치를 맡아 서서히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인물이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색깔이 분명하지 않은 인물이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서서히 캐릭터를 잡아나갔어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인물은 반감을 줄까봐 허세스러운 면을 넣기도 했고, 영광이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제일 무게를 뒀어요."
이번 영화로 데뷔한 신인인 김성훈 감독을 두 차례 만나보고 믿음을 가졌다. 어떻게 영화가 흘러갈 지 머리 속에 분명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감독의 모습을 보고 강한 신뢰를 보냈다.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는 건 그만큼 호흡이 잘 맞는다는 뜻이죠. 그런 면에서 배우와 연출자는 파트너 관계여야 하는데 전작인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는 그러지 못했어요. 김수현 작가님의 작품이 워낙 좋아서 제가 아닌 누구든 해낼 수 있는 역할이었고, 저는 연출자의 도구로만 쓰인 셈이었죠. 이번에는 각자의 영역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공동 작업을 해가는 재미를 충분히 느꼈어요."
▶ 어린 배우와의 호흡 기대감
이번 영화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아역배우와의 작업이었다.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싶었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호흡하며 진솔한 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대한이는 영화 속에서 빠르게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듯이 현실에서도 똑같은 과정을 지나고 있었어요. 연기 경험이 없는 아이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커가고 있었죠. 그래서 카메라 밖에서 저와의 관계도 중요했어요. 초반에는 극 설정처럼 일부러 싸늘하게 대하기도 했죠. 나중에는 제가 너무 빨리 마음을 열어 영화에 영향을 줄까 걱정이 됐어요. 아이들은 평소의 관계와 행동을 카메라 앞으로 그대로 옮겨갈 정도로 흡수가 빨랐거든요."
'천일의 약속'으로 30대 연기 활동을 시작한 그는 '마이 리틀 히어로'로 30대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다.
"20대 때는 앞만 보고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이제는 작품을 하며 좋은 사람도 만나고 즐기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내가 어떻게 평가받는 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작품 전체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죠. 앞으로 좋은 작품을 한 편이라도 더 만날 수 있다면 만족할 거예요."
/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
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