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를 블루투스로 자신의 그랜저 차량에 연결한 나첨단 씨. 안전벨트를 한 뒤 "시동"이라고 말하자 이내 엔진이 움직인다. 죄회전을 하기 전 "왼쪽 깜빡이"라고 말했더니 왼쪽 깜빡이(방향지시등)에 불이 들어왔다. 10분쯤 운전했더니 슬슬 지루해진 나씨. 이번엔 "음악"이라고 말하자 즐겨듣는 재즈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회사 상사에게 보고할 프로젝트가 생각난 나씨는 "통화"라고 명령했고 금새 전화가 연결되자 "거래처와 오후 3시에 미팅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회사 주차장에 도착한 나씨는 "주차"라고 외친 뒤 차가 자동으로 주차하는 사이 가방과 지갑을 챙기고 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음성 인식 기술이 일상을 파고 들고 있다. 내비게이션, 휴대전화에서 시작한 음성인식 기술이 자동차, 에어컨 등 적용 분야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현대차는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와 연동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은 상태에서 말만 하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운전자가 말로 명령하면 음성으로 알려주고 직접 실행도 할 수 있어 안전운전을 할 수 있다.
LG전자는 얼마 전 사람 말을 알아듣는 '챔피언 스타일' 에어컨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에어컨 본체에 음성 인식 기술을 적용, 최대 5m 거리에서도 리모컨 없이 에어컨을 동작시킬 수 있다.
"전원 켜" "온도 내려" "바람 줄여" "공기 청정"이라고 말하면 기능을 수행한다. 이 회사는 앞서 음성인식 기능을 가진 TV와 세탁기도 내놓았다.
자동차, TV, 에어컨 등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제품에 음성인식 기술이 씌워지면서 앞으로는 더 많은 제품이 주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즉 IT기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자판에서 음성 입력으로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음성 인식 기술 발달과 빅데이터와 같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확률'도 커지고 있다.
음성 인식 관련 기술만 채용한다면 가구, 패션, 전자책, 항공·선박, 농산물 재배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한결 업무가 편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어린이 등이 손쉽게 제품을 이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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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인식 기술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대표적인 게 음성으로 작동하는 본질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 시 깜빡이를 넣을 때 "왼쪽 깜빡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운전대 옆에 있는 컨트롤러를 아래 쪽으로 내리는 게 편할 수 있다. 에어컨에 대고 "온도 내려"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게 쉬울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인식률 향상에도 여전히 체감 인식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시리'만 해도 영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부족한 한국어 버전의 경우 실소를 금치 못하는 사례가 많다. 시리에 "메트로"라고 말하면 "베스트로와 일치하는 곳을 찾았다"며 LG전자 '베스트샵'의 위치를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