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이야기할 때 "개연성이 떨어져"라고 하면, "그러니까 영화잖아"라고 말한다. 많은 영화들이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걸 감안하면 장르에 따라서 개연성은 잠시 접어두는 것도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6세의 지능을 지닌 딸바보 용구가 억울하게 아동 살해혐의를 받고 교도소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7번방의 선물'은 바로 그런 영화다.
용구가 교도소에 가는 과정이나 교도소 7번방에 용구의 예쁜 딸 예승이 몰래 잠입하는 상황 등을 보며 '저런 게 말이 돼'라고 하는 순간 이 영화가 지닌 순수하고 착한 심성이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교도소 7번방에 모인 사람들은 조폭·사기꾼·간통범 등 다양하다. 이들은 용구가 들어오기 전까지 나름의 규율을 가지고 삭막한 교도소 생활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처럼 순수한 용구가 들어오면서 사회에서 가졌던 나쁜 마음이 점차 사라진다.
앞서 '각설탕' '챔프' 등으로 사람과 동물 사이의 교감을 따뜻하게 그려낸 이환경 감독은 이번엔 부녀간의 사랑을 간절하게 그려낸다.
지난해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귀여움의 카리스마를 전도한 류승룡은 이번에 바가지 머리의 용구를 연기하며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한다. 지능은 떨어지지만 딸에 대한 애정만은 어느 아빠보다 커다랗게 보이는 그의 표정은 후반부에 빛을 발한다.
예승을 연기한 아역 갈소원의 천진난만하면서도 어른스러운 모습과 교도소 룸메이트인 오달수·김정태·박원상·정만식 등의 명품 코믹 연기는 영화를 맛깔스럽게 한다.
굳이 사건의 개연성을 따지기보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로 본다면 이 겨울이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혜민·칼럼니스트 latehop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