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구단이 일제히 해외 전지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선동열 KIA 감독의 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친정팀 사령탑으로 금의환향했으나 4강 탈락의 쓴맛을 보았다. 최강 삼성을 가꾼 지도력에 커다란 흠집을 입었다. 올해는 명예회복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패인 분석이 나왔다. 우선 표방했던 '지키는 야구'가 되지 않았다. 주전투수들의 줄부상으로 중간진이 무너졌고 덩달아 수비도 흔들렸다. 공격에서는 중심타선이 붕괴되며 연결야구가 번번히 끊겼다. 1년 내내 서로 아귀가 맞지 않고 헛돌았다.
이것이 패인의 전부였을까. 선 감독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안됐다"고 자인했다. '지피(知彼)'는 둘째 치고 '지기(知己)'에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상대를 알고 있는데 정작 자신을 모른 상태에서 싸움에 뛰어든 장수였다. 결과는 자명했다.
여기에는 선수들이 기술이나 실력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인성과 심리적 특성까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지도자는 선수들의 실력과 인성을 파악해야 어떻게 쓰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정확한 답이 나온다. 선 감독은 1년의 뼈아픈 시간을 내주고 얻는 것이었다.
부임 2년째를 맞아 이제는 다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권위를 버리고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잦은 문제를 일으켰던 최희섭을 대하는 방식도 지난해 같으면 채찍을 내렸다면 올해는 달래는 쪽으로 선회했다. 최희섭이 직접 찾아가 눈물까지 흘릴 정도였다.
선 감독은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젠 '지기(知己)'를 바탕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바뀌고 있다. 아마도 올들어 KIA가 가장 달라진 점이 아닌가 싶다. 무릇 감독과 선수들의 신뢰가 두터운 팀은 강해진다. 그리고 그 열쇠는 감독이 쥐고 있다. /OSEN 이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