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시가총액에서 글로벌 2위였던 현대기아차가 일본 혼다에 밀려 4위를 기록했다.
원화 약세 덕을 많이 봤던 현대기아차가 '엔저원고'라는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아 고전하고 있는 셈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총은 22일 기준 각각 445억달러, 207억달러로 합계 653억달러다. 이는 토요타(1638억달러), 폴크스바겐(166억달러), 혼다(678억달러)에 이어 글로벌 메이저 업체 중 4위에 해당한다.
현대기아차 시총 감소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이 때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200~1300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1100원대까지 내려왔고 조만간 1000원대가 붕괴될 가능성도 크다. 반면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는 11월부터 엔화 약세 등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10월말 시총은 679억달러였으나 2개월여만에 26억 달러 감소했다. 토요타는 지난해 10월말 1324억달러에서 지난 22일 1638억달러로 314억달러 증가했다. 혼다는 542억달러에서 678억달러로 136억달러 늘었다. 닛산 역시 13억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일본 업체 외에도 BMW, GM, 포드, 다임러 등 세계 주요 업체의 시총이 대부분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말과 지난 18일의 세계 완성차 업체의 주가 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기아차의 낙폭(12.4%)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상승률이 14.6%였고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21.6%, 26.7% 올랐다.
문제는 당분간 엔화 약세 추세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은 원화 가치가 떨어져야 실적이 개선된다. 라이벌인 일본 기업이 엔화 약세 특수를 한동안 누릴 것으로 보여 제품·서비스 차원의 차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