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 앞에서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시까지 무기력했다. 노동자를 대변해야 할 노동부 공무원이 오히려 기업 측에 유리한 정보를 줬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는 수백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을 따로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주통합당 노웅래·장하나 의원실과 일부 언론매체에서 공개한 '노사관리 대외인적 네트워크' 문서에서 이마트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경찰, 시청·구청 공무원, 노사정위원회 공무원 리스트를 작성해 밀착 관리해왔다. 그 인원만 300명이 넘는다.
이마트의 대대적인 공무원 관리는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기획됐을 소지가 크다.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실 인사팀이 2011년 4월 각사 대표이사에게 보낸 '노동부 집중 근로감독 예정에 따른 대비 강화' 공문에 따르면 정보관리 체계 강화를 위해 "대외 네트워크 구축"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 이마트는 같은 달 '점포 예산증액 진행안'을 만들어 점포별로 식대성 경비를 늘릴 계획을 세웠다. 문건에는 "복수NJ(노조)가 시행됨에 따라, 사전대응 차원에서 각 대관기관에 대한 인적 네트워크 강화의 필요성이 요구돼 점별 식대성 경비의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점포별로 월 30만~140만원 수준이던 식대성 경비를 3500만~3840만원으로 증액하는 안을 마련했다. 이 문서대로 증액됐고, 기존 식대성 경비 대부분이 같은 목적으로 쓰였다면 많게는 연간 19억원에 가까운 돈이 공무원 접대·관리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가 노동부 직원으로부터 노동계 정보까지 입수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2010년 2월 작성된 '노동계 동향' 문건에서는 10~30대들의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설립 준비에 들어가자 '외부첩보'라고 지칭한 '노동부 지인'에게서 관련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돼 있다.
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이 이마트 측에 유리한 조언을 해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도 관리 대상이었다. 이마트 직원들 사이에 오간 e메일에는 야구경기를 보러간 공정위 직원들에겐 이마트 직원들이 치킨·양주 등을 제공했고, 102만원치 식사 접대를 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복지노동팀 김남희 팀장은 "기업의 부당노동을 감시해야 할 노동부가 오히려 기업에 '협조'하는 형국으로, 노동부는 내부 직원들의 의혹을 적극 조사해야 한다"며 "노동부에 법적인 책임을 추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련공무원 조사 시작
서울시의 정책 또한 이마트 앞에선 빛이 바랬다.
박원순 시장이 비정규직 등 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해 신설한 '시민 명예 노동옴부즈만' 제도에 대해 이마트는 강경대응 지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명예 노동옴부즈만은 노동자가 e메일이나 전화로 고충을 호소하면 공인 노무사들이 현장으로 찾아가 상담을 해주는 제도다.
이마트는 2011년 12월 서울시가 이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다음달 바로 '시민 명예 노동옴부즈만 사업장 대응지침'이란 문건을 만들어 "서울시가 사업장 출입을 강행할 경우, 주거침입·퇴거불응·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민형사상 법적 조처가 가능"하다며 "채증작업(CCTV·캠코더 등) 진행, 물리적 충돌 시 정보과 형사 연계 처리"를 지시했다.
공무원들이 유착된 이마트 사태가 불거지자 관련 기관들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23일 노동부 관계자에 따르면 의혹을 일으킨 일부 감독관들을 시작으로 사실관계 조사에 들어갔다. 이마트 측이 복수노조에 대비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접대한 것이 사실이라면 대가관계가 인정돼 뇌물죄에, 연관된 공무원들은 공무상 비밀누설죄,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