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지만 2013년 스크린에는 북한발 호재가 넘쳐날 전망이다.
과거 이념적으로 대치하는 상대로 북한을 그리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탈북자·간첩·특수요원 등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주제로 그들을 다루며 영화계의 새로운 흥행코드로 부상했다. 올해는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을 시작으로 여섯 편의 북한 소재 영화가 줄줄이 개봉된다.
29일 개봉하는 '베를린'이 북풍의 시작을 알린다. 독일 베를린의 불법무기거래장소를 중심으로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 북한의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 표정성을 제거하고 베를린을 장악하기 위해 파견된 동명수(류승범), 표종성의 아내 련정희(전지현)의 엇갈린 관계를 그린 영화다.
'베를린'은 기존의 영화들과 달리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과 함께 권력을 둘러싼 북한 내부의 혼란을 비교적 설득력 있는 설정으로 치밀하게 묘사했다. 특히 한석규는 '쉬리' '이중간첩' 이후 세 번째 북한을 다룬 영화에 출연해 남다른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남북한에 대한 주제를 다룬 이야기는 배우 생활 내내 또 하고 싶다. 다뤄도 다뤄도 끝이 없는 얘기고 끝을 낼 수 없는 이야기"라며 "우리의 이야기니까 어떤 시장에 나가도 경쟁력 있지 않겠나.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동원이 2010년 '의형제'에서 북한 첩보요원 역으로 주목받은데 이어 올해도 꽃미남 스타들의 활약은 계속된다.
빅뱅의 탑은 '동창생'에서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남한에 침투해 킬러로 활동하는 북한 요원 명훈 역을 맡아 24일 촬영을 끝냈다. 공유는 북한에서 버림받고 남한에서 대리운전을 하며 살아가던 전직 북한 특수부대 출신 용병이 대기업 회장 살인사건의 누명을 쓴 채 쫓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용의자'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액션으로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6월 개봉 예정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남파된 북한 간첩 원류한이 마을 사람들과 생활하며 변화하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린다. 꽃미남 스타 김수현은 동네 바보인 척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북한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한을 연기한다.
이 외에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고 김유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붉은 가족', '7급공무원'의 신태라 감독이 준비하는 '무인지대' 등도 관객과 만난다.
한 영화 관계자는 "북한 소재 작품은 극적이면서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라며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한 다양한 캐릭터를 새롭게 접근하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