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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의 IT도 인문학이다(5) 특혜 못받은 게 특혜되는 통섭의 시대

약 2300년 전, 아버지를 일찍 여읜 소년은 어머니와 단둘이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다. 당시에도 님비 현상이 있었는지 같이 놀 또래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소년은 곡하며 울기와 같은 장사지내기 놀이를 했다.

이를 본 어머니는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 시장 근처로 이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년이 장사꾼 흉내를 냈다.

그래서 또 이사했다. 이번에는 서당 근처였다. 그랬더니 아들은 절하고 인사하는 법을 재미삼아 하는 것 아닌가. 소년의 어머니는 더 이상 이사를 하지 않았다.

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한 국제중학교에 입학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이 부회장의 아들이 사회적배려의 대상이냐 ▲입학 특혜 의혹이 짙다 이 두 가지로 나뉜다.

이 학교 출신의 70%가 이른바 SKY 대학에 많이 가는 외국어고로 진학하기 때문에 현대판 '기득권 대물림'을 놓고 많은 사람이 분노하는 것 같다.

그런데 특혜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대목이 있다. 이 부회장의 아들이 먼 훗날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훌륭한 재목이 되는 데 이번 일이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좋은 대학을 나와서 비슷한 부류의 친구와 교류하고 고급 문화를 향유한다면 좋은 경영자가 될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분야와 사람과 갈등을 아우르는 자가 시장을 평정하는 '통섭의 시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롱테일 법칙은 80%의 마이너가 20%의 메이저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실제 이베이와 같은 유명 쇼핑몰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특화된 아이템을 팔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렇다면 80%의 마이너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공략을 하려면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고, 그들을 알려면 서로 공감을 해야 하고 공감을 하려면 서로 소통을 해야한다.

국제중학교 나왔다고 해서 '없는 자'와 소통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 기회가 그리 많겠는가. 설사 소통을 하더라도 진정성이 따르겠는가.

메이저 20%가 모인 이너서클에서의 소통과 마이너 80%가 있는 넌이너 서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달라도 많이 다른 게 현실이다.

이 부회장이 아들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80%가 다니는 일반 학교에 보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서두에 언급한 소년은 성인으로 추앙받는 맹자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자녀 교육에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흔히 강조하는 에피소드로 인용되는데,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해본다.

공동묘지에서 곡을 하고 시장에서 장사치 노릇도 해 본, 어린 나이에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경험을 한 소년 맹자는 그래서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맹자의 '사단론'은 이런 그의 다양한 경험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남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 자신의 옳지 못한 행실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한 행실을 미워하는 수오지심, 타인에게 양보하는 사양지심, 잘잘못을 분별하는 시비지심은 책만 봐서는 나올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다.

고위층·부유층의 특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분노하는 민초들이여. 특혜 받지 못했던 한이 되레 특혜가 되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경제산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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