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력 스포츠의 대명사인 사이클과 마라톤.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은 은퇴한 뒤 약물복용 사실을 실토해 전 세계 스포츠 팬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올해 101세인 세계 최고령 '마라톤 황제' 파우자 싱은 최근 정상에서 깨끗하게 은퇴를 선언하며 팬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해가 지날수록 장거리를 달리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마라톤을 즐기면서 하고 싶은 데 이제 힘에 부치네요. 하지만 정상에서 제 꿈을 펼치고 은퇴하는 것이기 때문에 슬프지는 않습니다. 제가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모두 이뤘습니다."
인도계 영국인인 싱은 89세에 마라톤을 시작했다. 노란 터번에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달리는 그는 이후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싱은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땀 흘리면서 운동을 하고, 삶을 개척해 나가는 자세를 지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든 사람들도 운동을 통해 체력을 다지고 건강을 관리해라. 나도 아흔이 다 돼 마라톤을 시작했으니 너무 늙어 힘들다는 핑계는 대지 말라"고 덧붙였다.
'터번 쓴 토네이도' 싱이 걸어온 발자취는 눈부시다. 그는 2003년 93세의 나이로 토론토 대회 90세 이상 부문에 출전, 5시간 40분으로 우승하며 최고령 기록을 세웠다. 또 2011년 토론토에서 열린 장·단거리 경주 100세 이상 부문에서는 세계 신기록 8건을 갈아치웠다.
그는 이런 성과 덕분에 세계 최고령 '마라톤 황제'로 떠올랐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점심을 함께하는 영광을 누리는가 하면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TV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13년 반 동안 세계 정상에도 서봤고 ,그 누구도 누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영국 총리도 이렇게 오랜 세월 정상의 자리를 누리진 못했을 겁니다."
싱의 코치인 하르만데르는 "싱처럼 열정적으로 운동을 하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 내 인생 최고의 선수"라면서 "10km를 달리자고 하면 20km를 뛰는 게 어떠냐고 받아 치는 사람"이라며 그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싱은 다음달 24일 홍콩에서 열리는 '10km 마라톤'에 참가한 뒤 13년 마라톤 인생에 마침표를 찍는다.
/키에론 몽크스 기자·정리=조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