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강예빈(30)은 그야말로 요즘 가장 '핫'한 스타다. tvN '친절한 영애씨'에서 숨만 쉬어도 섹시한 신입사원 예빈 역을 연기하며 파격적인 '19금' 대사를 선보인데 이어, 자신의 이름을 건 QTV 라이브 쇼 '강예빈의 불나방'도 1일 방영을 시작한다. '셀카' 한 장만 찍어도 화제가 되는 그의 화통한 매력을 집중 탐구했다.
◆여주소녀 서울 상경기
통금 시간은 9시. 1박 2일 여행 한 번 해본 적 없을 정도로 엄격한 가풍에서 자랐다. 경찰관인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도 무척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남들보다 일찍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싶어 학창시절부터 식당·커피숍·주유소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구혜선·남상미를 배출한 유명 '얼짱카페' 출신인 그를 보기 위해 가게 앞은 남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데뷔 제의가 끊이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유아원에서 피아노 선생님으로 일하던 그는 결국 매니저의 간곡한 설득에 못 이긴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서울로 상경했다. 그러나 2년 가까운 연습기간을 거치고 걸 그룹으로 데뷔하기 직전, 회사가 망하면서 목표는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서울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다는 생각에 막무가내로 버텼어요. 2004년 유재석 선배님이 하던 '반전드라마' 단역으로 방송일을 시작했죠. 그러다 온라인 게임 모델로 정식 데뷔하게 됐어요."
한 번도 스타를 꿈꿔본 적이 없었지만, 자존심 하나로 버텨냈던 악바리 여주 소녀는 결국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UFC의 옥타곤 걸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
◆무플보다 나은 악플?
악플과 비매너 팬들에게 시달리면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 나갈 때도 온 몸을 둘둘 싸매고, 택배도 꼭 경비실을 통해 받게 됐다.
"제 사진 밑에 '강예빈은 성폭행도 안 당하고 우리나라 남자들 참 착하다'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이 글 하나가 내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겠다' 그런 무서운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을 크게 만들 수 없어 혼자 삼켰지만, 여자들이 가장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부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버리는 모습에 무섭고 화가 나요."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는 것은 강예빈답지 않다며 스스로를 독려 중이다. "드라마 촬영을 24시간 하고도 시청자 게시판에 써있는 '잘 한다' 한 마디면 힘을 내게 돼요. 얼마전에 팬미팅을 했는데 저를 보러 지방 각지에서 올라온 분들을 보고 정말 보람을 느꼈죠. 연예인은 그 관심과 독려를 먹고 사는 직업 같아요."
◆섹시 스타의 비애.
'…영애씨'에서 섹시함을 강조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겨울에도 살색 스타킹을 신어야 한다. 옷도 파이거나 짧은 것만 입다 보니 촬영을 하고 오면 앓아누울 지경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고수하는 이유는 가장 편한 콘셉트이자, 여자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중들은 '섹시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동방예의지국이라 그런지 팬들이 '강예빈을 좋아한다'고 쉽게 말을 못하세요. 저를 좋아하는 것 때문에 여자친구랑 싸웠다는 고민글도 많고요. '나랑 있을 때도 강예빈 생각하는 거 아니야? 걔 정말 싫어!'라면서요. 하하하. 저라도 남자친구가 그러면 섭섭할 거예요."
이미지에 가려 다재다능한 모습이 부각되지 않는 것이 서운하진 않은지 물었다.
"제게 '끼'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외적인 것 보다 재능이 더 부각되도록 하는 게 앞으로 제가 풀어나갈 숙제겠죠. 잘난 MC보다 재미있는 MC가 되고 싶어요. 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그런 진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최윤성(라운드테이블)·디자인/양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