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 졸업 후 몇년간 구직활동을 해온 이진호(29)씨는 최근 수도권의 한 영세업체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100만원 안팎인 월급으로 원룸 월세와 교통비 등 고정비용을 충당하고 나면 절반도 남지 않는다. 이씨는 출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에 우유로라도 끼니를 때우고 싶지만 1500원의 식비도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2. 서울 강서구 소재 택배 물류 집하장에서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 휴학생 장진기(24)씨는 12시간 가까이 중노동을 하지만 일당은 5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새벽 퇴근길 뜨끈한 해장국의 유혹이 만만치 않지만 집으로 향한다.하지만 아침밥을 챙겨줄 가족도 없어 그냥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밤낮이 바뀐 생활에 툭하면 식사까지 걸러 건강이 걱정된다.
20대 젊은이들의 결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3일 내놓은 '2012 양곡소비량 조사'를 보면 20대 후반(25~29세) 청년들은 한 달 평균 3.8끼를 굶는 것으로 집계됐다. 20대 초반(20~24세)의 경우도 월 3.7끼를 걸렀다.
결식은 식사 대신 어떤 유형의 식품도 전혀 먹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우유 한 잔이나 과일 한 쪽만 먹어도 식사에 포함된다.
부모가 밥을 챙겨 먹이는 10세 미만의 결식 횟수는 한 달에 1회가 채 안됐다. 하지만 10대 후반(15~19세)이 되면 2회로 늘어나고, 20대에 들면 4회 가까이로 급증했다. 반면 30대 초반(30~34세)이 되면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20대 후반 여성이 월 4.5회로 결식 빈도가 가장 높았다. 20대 초반 여성도 월 4회꼴로 식사를 걸렀다.
이처럼 20대의 결식률이 높은 현상은 취업이 점차 늦어지고, 일을 하더라도 일자리의 질이 낮아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생활 전반의 대부분을 부모의 지원에 기대야 하는 미혼이다 보니 부모의 도움이 아니면 어떠한 혜택도 기대할 수 없는 '복지 사각지대'에 몰려 있는 셈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위원은 "20대는 구직활동 중이거나 계약직인 경우가 많고,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인구가 많아 월소득이 낮다"며 "제한된 소득에서 주거비와 교통비 등 고정비용을 빼면 남는 돈이 없어 식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대가 다이어트 때문에 일부러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일부의 해석은 원인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