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인천시청 복싱팀 입단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시영(31)이 '밀리언달러 베이비'에서 본업인 '로맨틱 코미디의 샛별'로 돌아왔다. 지난 한해동안 민낯의 여성 복서로 더 익숙했던 그는 14일 개봉될 '남자사용설명서'에 오만방자한 한류스타 이승재(오정세)의 마음을 훔치는 여주인공 최보나로 나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링 아니 스크린을 장악한다.
-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주로 선호하는 편입니다.
2년전 방송됐던 드라마 '포세이돈'을 제외하면 출연작 대부분이 로맨틱 코미디였어요. 원래도 웃기고 재미있는 작품을 좋아하지만, 제일 취약한 부분을 고쳐보고자 하는 의도가 실은 있습니다. 말할 때 어미를 잡아끄는 버릇이 있는데, 대사 호흡이 빠른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면 교정할 수 있을 것같았어요.
-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헷갈리곤 하죠. 시영 씨는 현재 수준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현명하게 선택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저도 정말 하고 싶은 연기는 따로 있어요. 하지만 지금 가장 잘 할 수 있고, 잘 해보고 싶은 연기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아닐까 싶어요. 또 로맨틱 코미디에 자주 출연했다고 해서 (로맨틱 코미디를) 일부러 피하고 싶진 않아요. 출연 제의가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대부분이 로맨틱 코미디인 이유도 있지만요. 하하하.
- 이번 영화에선 처음으로 극을 이끌어갑니다. 부담감이 상당했겠어요.
엄청났어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제작진의 한 사람처럼 촬영장에서 걱정을 공유하고 있더라고요. 솔직히 그 전까지는 제 연기에만 신경썼거든요. 예전에 모 감독님께서 해 주신 조언이 떠올랐어요. 주연 배우라면 그 위치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요. 이를테면 촬영 기간동안에는 작품이 원하는 얼굴과 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며, 홍보까지 도맡는 책임감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작품을 찍으며 새삼 깨달았어요.
- 얼굴과 몸 상태를 유지하려면 복싱도 하면 안되겠네요.
그럼요. 간단한 사전운동은 모르겠지만 스파링이나 경기는 하면 안되죠. 많은 주위 분들이 제가 복싱을 병행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걱정했던 부분인데, 그 철칙만큼은 앞으로도 반드시 지킬 생각입니다.
- 상대 배우인 오정세 씨와의 호흡이 무척 좋습니다.
재작년 개봉됐던 '커플즈'에서 처음 만났죠. 첫 느낌이 워낙 좋아 정세 오빠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속으로 안심했어요. 애드리브를 미리 얘기하지 않기로 약속해,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서로 웃다가 NG도 많이 났어요. 상대를 살려주는 능력이 출중해요. 그래서 오히려 자신이 빛나죠. 대단히 영리한 것같아요.
- 잠깐 복싱 얘기로 옮겨 볼까요. 대회 출전과 복싱팀 입단을 일종의 홍보로 보는 시선도 있어요.
알아요. 그렇지만 그같은 시선에 굳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고 싶진 않아요. 복싱도 연기처럼 그냥 시작했어요. 그저 좋아해서였을 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는 거죠. 대회 출전은 더 열심히 운동해야 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싶어 결정했던 거고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연기와 복싱을 현명하게 병행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연기가 우선이겠지만요.
- 다음 주면 개봉입니다. 어떤 생각이 들어요?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치곤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들어가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 지 모르겠어요. 저와 정세 오빠도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동안 "우리 잘하고 있는 거 맞아?"라며 확인할 때가 잦았거든요. 대단히 독특하므로 색다르게 봐 주실 거라 믿어요.·사진/이완기(라운드테이블)· 디자인/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