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인 델이 결국 244억달러에 매각됐다. 이번 매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뤄진 차입매수거래(LBO)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한때 ‘PC 제왕’으로 군림했던 델의 몰락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델 창업자인 마이클 델은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와 함께 244억달러(약 26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 지분을 LBO방식으로 인수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매각 결정으로 델은 비상장사로 전환된다. 델의 지분 16%를 보유하고 있는 마이클 델은 델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을 따라잡기 위해 주식시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매각이 매수자금의 대부분을 매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조달해 부실기업을 매수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하는 LBO방식이기 때문에 대규모 감원도 불가피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번 거래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MS는 이를 통해 자사의 윈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델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1984년 설립된 델은 중간유통 단계를 없애고 비용을 줄인 직접 판매모델을 도입해 전 세계 PC시장에 ‘유통혁명’을 일으켰다. 이 덕분에 2001년 전 세계 PC업계 1위에 등극한 이후 2006년까지 ‘PC 제왕’으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레노보 등 아시아 업체들이 급부상으로 입지가 흔들리며 2006년 말에는 결국 세계 최대의 PC 제조업체라는 명예를 휴렛패커드(HP)에 넘겨줘야 했다. 2004년 CEO에서 물러났던 창업주인 마이클 델이 2007년 경영에 복귀해 재도약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애플로 대표되는 모바일 혁명이라는 큰 파고를 만났다. 결국 델은 모바일 기기와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는 애플과 삼성 등에 밀렸으며, 기업용 하드웨어 시장에서는 IBM과 오라클 등에 뒤져 지난해 31%가량 주가가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