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우면서 당찬, 발랄하면서도 내성적인, 소심하지만 위기 때는 강인한 여자가 있다. 바로 연일 매진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스릴러 뮤지컬 '레베카' 속 주인공 나(I)다. 뮤지컬배우 임혜영(31)이 자신을 닮은 듯한 '나'로 분해 팔색조 매력을 뽐내고 있다.
# 작품 매력 탐구
1938년 출간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나'가 작품 전체를 관조한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지만 꿈을 위해 반 호퍼 부인의 심부름꾼으로 일하던 '나'는 매력적인 영국의 귀족 막심 드 윈터를 만나 맨덜리 대저택의 안주인이 된다. 하지만 그곳은 죽은 막심의 전부인인 레베카의 망령이 서려 있다.
음산한 맨덜리 저택을 배경으로 나와 평생 레베카를 모셨던 하녀 댄버스 부인, 막심 사이에 얽힌 실타래가 풀리기까지 숨막히는 서스펜스와 미스테리가 이어진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1940년 이를 영화로 제작해 생애 유일하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품에 안았다. 극작가 미하엘 쿤체는 히치콕의 영화에 영감을 얻어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 '마리 앙뚜아네뜨'를 작곡한 실베스터 르베이와 손잡고 200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무대에 올렸다.
이후 "원작을 뛰어넘는 뮤지컬의 탄생" "할리우드 대작 영화를 화려한 무대로 재현했다"는 극찬을 받으며 3년 내내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 그녀가 본 출연진
지난달 막을 올린 국내 무대의 연출가는 로버트 요한슨이다. 요한슨은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몬테크리스토' 등 유럽 뮤지컬을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연출했던 명장이다. 유준상·오만석·류정한이 막심 역을 맡고, 옥주현·신영숙이 댄버스 부인을 연기한다.
"세 오빠들과 모두 호흡을 맞춰봤죠. 준상 오빠는 자상하면서 배려심이 많은 우리 팀의 분위기 메이커고, 만석 오빠는 위트가 넘쳐요. 정한 오빠는 늘 근엄하기만 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재미있는 사람이란 걸 처음 알았어요."
국내 공연 역시 맨덜리의 음산함을 그대로 옮겨 논 듯한 무대와 배우들의 호흡, 요한슨의 연출력 등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댄버스 부인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옥주현의 성량은 감탄사를 자아낸다.
"모든 배우들이 무대를 압도하기 위해 소리를 내지를 수는 없죠. 발랄한 소녀였던 '나'는 막심의 비밀을 안 뒤 그를 지키기 위해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해요. 극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해설자 역할도 하죠. 심리 변화에 따른 뮤지컬 넘버들의 미세한 톤까지 신경 써야 해 힘들었어요."
# 배우로서의 길
1982년 강릉에서 외동딸로 태어났다. 어린시절 합창단 생활을 하며 숙명여대 성악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 기상캐스터·아나운서를 준비하다가 2006년 '드라큘라'를 시작으로 뮤지컬배우의 길을 걸었다. 이후 '그리스' '두 도시 이야기' '미스 사이공' 등에서 주연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KBS2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도 얻었다.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긴하는데 특별하게 몸관리는 하지 않아요. 가끔 요가를 하는 정도죠. 남자친구요? 노 코멘트할래요. 참 올핸 처음으로 소속사란 곳에 둥지를 틀고 연기자로서의 폭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공연은 LG아트센터에서 다음달 31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2)6391-6333.
사진/이진환(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