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닉맨 프로젝트에 참여한 베르톨트 마이어 교수가 '렉스'를 바라보고 있다.
키 2m 로봇 팔다리에 인공심장을 가진 '바이오닉맨'의 몸속에 피가 돈다. 신장은 오염된 피를 걸러내고 췌장은 혈액 속 당도를 조절한다. 인공지능으로 "랩음악이 최고죠", "랄프 로렌 옷이 좋아요"라고 말하며 의사표현도 거침없다.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6일 영국 런던과학박물관에서 최초로 공개돼 전 세계를 놀래킨 '바이오닉맨 렉스'의 모습이다. 영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은 바이오닉맨의 등장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조만간 모든 인체 장기를 복제해 인공장기로 만들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에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렉스는 인공 신체기관을 지닌 인조인간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입증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1970년대 TV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에서 예고됐던 인공장기의 가능성을 100% 인조인간 제작을 통해 확인하려는 시도였다.
생체공학 전문가인 취리히 대학의 베르톨트 마이어 교수 등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적용 가능한 첨단 기술을 모두 동원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영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사 DSP는 렉스의 제작에 64만 파운드(약 10억원)가 들었다고 밝혔다.
렉스는 기존의 로봇 시스템과 달리 췌장, 신장, 기관지 등의 인공장기를 사용한다. 췌장은 인공혈액 순환시스템으로 공급되는 혈액 속의 당도를 조절하고, 신장은 피를 걸러내는 기능을 실제로 수행한다. 또 두뇌에는 인공지능과 음성합성 시스템이 내장돼 사람과 단순한 대화도 나눈다. 다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과 먹고 마시는 걸 가능하게 해줄 인공 소화기관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번 바이오닉맨 프로젝트에 사용된 인공장기는 미국, 호주 등 전 세계 대학과 연구실, 기업들이 제공했다. 대부분은 실제로 판매되거나 개발이 완료된 인공장기들이다. 인공장기 복제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유럽에서는 이미 바이오닉맨에 사용된 것과 유사한 '인공 눈'이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과 전 세계 시판도 코앞이다.
'인공 눈 아르고스Ⅱ'는 이미 60명이 넘는 시각장애자에게 시력을 부분적으로 되찾게 해줬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르고스 Ⅱ'의 가격은 7만3000 유로(약 1억 780만 원) 수준이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복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날 영국 에든버러 헤리엇-와트 대학 연구진은 "특수 제작한 밸브 방식 3D 프린터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복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는 "이 연구가 발전돼 인체 장기 복사가 가능해지면 의약품 임상시험에 동물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면서 "장기 이식을 기다릴 필요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