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드라마'로 사랑받고 있는 KBS2 주말극 '내 딸 서영이'의 종영을 이 주 정도 앞둔 지난 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서영이 이보영(34)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최근 막바지 촬영에 한창인 그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드라마가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오히려 힘이 나고 기분이 좋다"면서 지난 반 년을 회고했다.
\# 전작 '넝굴당' 뛰어넘는 인기
시청률 45%를 돌파하며 전작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의 높은 인기마저 뛰어넘은 '…서영이'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기에 종영을 맞는 소회가 남다른 듯 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아버지 삼재(천호진)에 대한 미움때문에 가족과 인연을 끊고 우재(이상윤)에게 고아라고 속이고 결혼했으나 나중에 거짓말이 들통나 이혼을 선언하고 괴로워하는 이서영 역을 열연해왔다.
"행복한 작품이었어요. '넝굴당'의 후속 타이틀롤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이 있었고, 젊은 연기자 대부분이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라 잘 꾸려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컸었는데 잘 마무리됐으니까요. 그 어떤 작품보다 주인의식이 컸던 작품이었죠."
인터뷰 중 거듭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흘렀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전하며 종영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끝나서 아쉬운 마음뿐이에요. 특히 연기자들과 너무 친해져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젊은 연기자들끼리 매주 모여서 놀았죠. 우린 단체 카카오톡 채팅 방도 있답니다. 이렇게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 초반 막장 캐릭터 논란 안타까워
사실 방영 초반 아버지에 대한 서영의 처사를 두고 '막장' 캐릭터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서영이의 고뇌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면서 공감대를 높였다.
"저도 초반엔 서영이처럼 날이 섰었는데, 캐릭터의 변화에 맞춰 점차 유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캐릭터 논란은 안타까웠어요.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잖아요. 서영이도 단지 사춘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캐릭터에요. 겉과 달리 속은 덜 자랐죠. 이 드라마는 부족한 사람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고, 저도 드라마를 통해 배운게 많답니다."
# 개인적으로 '해피엔딩' 바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서영과 우재의 결혼식이다. 딸의 결혼식을 뒤에서 몰래 지켜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슬펐단다. 그리고 최근 서영이 3년 만에 아버지의 집을 찾은 장면에서 또 한 번 가슴이 찡했다.
"사실 천호진 선배님과는 함께 촬영한 적이 많지 않아요. 화면에는 함께 나오더라도 주로 아버지가 서영이의 모습을 뒤에서 몰래 지켜보는 장면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오랜 만에 만나는 신을 찍었는데 촬영 전부터 설레고 기대됐죠. 그러나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서영이의 감정에 몰입돼 가슴이 아팠어요."
현재 드라마는 서영과 우재의 재결합, 아버지와의 화해 여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종영을 앞둔 16일 방송분에서 아버지가 큰 병에 걸린듯한 복선을 암시하는 장면이 방영돼 네티즌 사이에서는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극적으로 화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결말에 대해 이보영은 "그동안 연기하는 입장에서 주변에 마음 기댈 곳 없이 살아온 서영이가 안쓰럽고 불쌍했다. 결말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서영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하면서 육체적·체력적·감정적으로 소모가 많아서 차기작은 천천해 생각해보려 한다"면서 "얼마 남지 많은 방송을 재밌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