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널드 슈워제네거가 기자회견에 앞서 미소짓고 있다.
근육질 몸매로 전 세계 스크린을 호령한 할리우드 액션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66)가 배우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21일 개봉될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로 10여년만에 스크린 복귀를 선언한 그는 입국 다음날인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터미네이터'의 명대사인 "아일 비 백(I′ll Be BacK)"을 외쳤다.
- 배우로서 첫 내한 소감은?
실은 이전에도 여러 번 한국에 왔었다. 피트니스 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보디빌더로, 또 방송인 아내(마리아 슈라이버)와 88 서울올림픽에 동행한 적이 있다. 가장 최근인 2006년엔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격으로 방문했었다. 원래도 한국의 '빅 팬'으로 매번 올 때마다 "아일 비 백"이라고 약속했었는데, 약속을 지켜 무척 기쁘다.
- 이번 영화속 캐릭터는 예전과 달리 실제 나이를 반영한 듯하다.
극중 레이 오웬스는 말년에 고향인 시골 마을에서 일하는 보안관으로, 전직 LA 경찰이다. 수퍼카를 타고 마을을 통과해 멕시코로 넘어가려 하는 마약상 두목과 일전을 벌이지만 나이 탓에 처음엔 싸움을 꺼리고 두려워 한다. 바로 이 점에 끌렸다. 전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라고 판단해서다. 돌아온 영웅에 관한 줄거리이면서도 인간미와 유머가 느껴졌다.
슈워제네거(왼쪽)와 김지운 감독이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 김지운 감독과 의사 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나.
오스트리아인과 한국인이 어떻게 의사를 주고받을 지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능력 있는 통역이 도와줬고 무엇보다 김 감독의 연출이 아주 열정적이었던 덕분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제작진 가운데 가장 늦게 자고 가장 먼저 일어날 만큼 부지런한데다, 촬영장에선 스턴트 연기까지 직접 시연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연출 스타일도 나와 잘 맞았다. 다양한 앵글과 사이즈의 촬영으로 내면의 감정을 끄집어내고 "눈으로 슬픔을 더 보여주세요" 등과 같은 구체적인 지시로 배우의 이해를 도왔다. 이번 캐릭터가 신선했다면 그건 전적으로 김 감독의 공이다.
- 액션스타로는 적지 않은 나이다.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한다. 운동은 내 일상 생활이다. 오늘 아침에도 숙소인 호텔내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했다. 아직은 영화가 요구하는 모든 액션 연기를 소화해 낼 자신이 있다. (동석한 김 감독은 미국 촬영 당시 현지 피트니스 센터에 운동하러 갔다가 슈워제네거가 드는 덤벨을 보고 기가 죽어 몰래 도망쳐 나온 적이 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슈워제네거가 진지한 표정으로 할리우드에 간 한국 영화인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점치고 있다.
- 김 감독처럼 할리우드에 입성했거나 진출을 타진중인 한국 영화인들에게 조언한다면.
수 백 만명이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을 원한다. 그러나 극소수만 성공한다. 그 중에는 나와 김 감독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확실한 목표를 가져라.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면 된다. 김 감독을 비롯한 한국 영화인들은 실력이 무척 출중하다. 어제 도착하자마자 김 감독의 단편영화 세트장에 놀러갔는데 카메라 세 대로 찍고 있더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최첨단 시스템이었다. 할리우드는 재능있는 영화인들을 언제나 필요로 한다. 한국 영화인들의 진출이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등 역사적으로 무척 중요한 시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일만 있기를 빌겠다. 도전과 역경을 함께 할 좋은 친구들이 미국에 많다는 걸 기억해달라. 마지막은 역시 "아일 비 백"이다.
·사진/손진영기자 son@·디자인/양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