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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8) 벨연구소와 김종훈 장관 후보

지금은 당연한 일상이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SF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기술들이 모두 한 곳에서 나왔다.

전 국민이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휴대전화, 박지성의 활약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위성중계, 미국에 있는 친구와 실시간으로 메신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 자녀의 유치원 재롱잔치 모습을 담아 바로 볼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 연구소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벨 연구소가 낳은 위대한 기술의 목록 가운데 일부다. 벨 연구소는 전화기를 최초로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벨은 전화기 발명과 성공으로 AT&T의 시초인 '벨 전화회사'를 설립했다. 벨 연구소는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바꾼 발명품을 안고 시작한 셈이다.

이후 벨연구소는 트랜지스터 개발 등의 업적을 더해 노벨상을 받은 학자만 13명을 배출했다.

하지만 1980년 이후 벨연구소는 예전과 같은 기술을 내놓지 못했고 90년대 중반 미국 정부의 독과점 철폐 이슈와 맞물려 프랑스의 알카텔 루슨트에 매각됐다.

벨 연구소는 자사의 위기를 '불통' '폐쇄'로 보고 2005년 벤처기업 출신 한국계 사업가인 김종훈(53)을 대표로 영입했다. 연구소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의 외부 영입이었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김종훈은 1992년 직원 한 명과 40달러로 통신장비 제조업체 유리시스템즈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초고속인터넷 기술인 비동기식 전동모드(ATM) 통신장비를 개발했다. 무선이나 구리, 광케이블 등 서로 다른 통신 네트워크 사이에서도 데이터가 원활히 전달되는 신기술이었다.

이 기술에 반한 루슨트가 유리시스템즈를 1조3000억원에 샀고 김종훈은 루슨트의 네트워크 부문 사장이 됐다.

'IT계의 신화' 김종훈이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 후보가 됐다.

그런데 ▲이중국적 ▲미 해군장교로 7년간 복무 ▲미 중앙정보국(CIA) 자금으로 설립한 벤처 투자회사와 CIA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던 이력 등이 논란이다. 여기에 8000억원에 달하는 개인 자산도 정부 관료로서는 지나치게 많다는 시선도 있다.

김 후보자를 우려하는 측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한 나라의 장관으로서 가져야 할 소명 의식, 정체성 등이 불확실하다는 비판이 핵심이다. 그들이 김 후보자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다만 그의 역할이 총리, 국방장관이 아닌 IT·과학·창조 분야를 아우르는 지휘자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가 미국에서 개인으로서, 기업인으로서 한 역할과 성과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혹자는 UN의 우두머리인 반기문 사무총장에 필적할 수 있는 위대한 한국계 인물로 김종훈을 꼽기도 한다. 박원순 시장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 김종훈뿐 아니라 외국의 훌륭한 인재가 있다면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IT업계 종사다들은 "김 후보자의 부적격성은 박근혜 내각을 구성할 다른 후보자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병역·부동산·세금 탈루 등에서 자유로운 장관 후보자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그는 오히려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구 기업 루슨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사원급을 충원할 때도 대충하지 않는다. 하물며 대표를 영입하는 데 있어 오죽하랴. 성품, 열기, 근성, 책임감, 근면, 도덕성 등 다양한 항목을 통과해야 한다.

분단국 한국에서의 특수한 정치 상황 탓에 글로벌 거대 기업도 인정한 인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메릴랜드의 빈민촌에서 가난과 언어장벽, 인종차별을 겪으며 튼튼해진 김종훈은 ATM 기술과는 별개로 이미 매력적인 상품이다.

몰라도 그만인 에피소드 하나. 김 후보자는 큰 딸 유리에게 (자주 놀아주지 못해) 미안해 자신이 새운 벤처기업 이름을 유리시스템즈로 정했고 나스닥에 상장할 때 직원들이 고마워 주식 40%를 선물했다. /경제산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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