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의 '음유 시인'으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루시드 폴(38)이 1년간의 안식년을 마치고 대중 곁에 돌아왔다. 지난달 펴낸 첫 소설집 '무국적 요리'와 4월 선보일 예정인 콘서트 '목소리와 기타 2013:다른 당신들'을 들고 왔다.
# 독특한 스타일 '무국적 요리' 펴내
'보이나요' '오, 사랑' '고등어' 등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한 서정적인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바쁘게 활동해 온 루시드 폴은 지난해 유난히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2011년 12월 낸 5집 '아름다운 날들' 활동을 마치고 가요계 데뷔 후 7년 만에 긴 휴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1년 간 여행하고 글을 쓰면서 지냈다는 그는 '무국적 요리'라는 소설집을 탄생시키며 자신의 직함에 싱어송라이터·화학공학 박사에 이어 소설가를 추가했다. 브라질의 가수 겸 작가 치코 부아르케의 소설 '부다페스트'를 번역하면서 소설 쓰기의 매력에 빠졌다.
"만약 책을 낸다면 에세이집이 아닌 문학 작품을 내고 싶었어요. 음악처럼 창작물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들 속에서 재활용 쓰레기가 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내 자신을 위한 기록으로 묶어둔다는 점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용감하게 내게 됐어요."
'탕' '똥' '기적의 물' 등 독특한 제목의 단편 여덟 편으로 이뤄진 이 소설은 국적도 알 수 없고, 성별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특정한 전통의 영향도 보이지 않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유행이나 장르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펼쳐 보인 루시드 폴의 음악처럼 기존의 소설 문법에서는 읽을 수 없었던 독특한 세계관과 스타일의 글을 통해 세상에서 부족하게 보이는 누군가라도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존재라는 깨달음을 전하고자 했다.
"각각의 단편들은 다 다른데, 공통점은 공간과 시간의 구분이 없다는 거예요. 모든 것들의 가치는 국적이나 성별, 전통 등 구분을 떠나 다르기 때문에 더 빛이 나는 것이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무국적 요리처럼요.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 요란한 장치·무대가 없다
다름을 강조하는 루시드 폴의 생각은 2년 만에 재개하는 공연에서도 엿볼 수 있다. 4월부터 시작할 공연의 부제는 '다른 당신들'로, 가요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형식의 공연이다. 한 달간 무려 24회의 공연을 펼치며 관객과 만나기로 했다. 또 일반적인 콘서트 장이 아닌 70석 내외의 홀로 장소를 정했고, 각자 개성이 다른 관객들이 편하게 앉아 즐길 수 있도록 가지각색의 의자들을 마련했다.
"매년 공연을 하다 보니 타성에 젖게 되더라고요. 늘 하던 공간에서 벗어나서 하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제 음악의 특성 상 복잡한 음향 시스템이 필요 없기 때문에 공간의 탐험을 해보기로 했죠. 공간 뿐 아니라 시간적인 제약도 비틀어보고 싶어서 한 달을 월요일만 쉬고 해보기로 했어요."
그는 "그 날 그 날 느낌에 따라 다른 공연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공연의 매력"이라면서 "사실 처음엔 두 달 내내 공연하고 싶은 욕심을 부려봤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요란한 장치나 무대는 없다. 루시드 폴의 노래와 기타 연주, 그리고 건반 주자의 협연이 전부다. 그는 "단조로움을 원하는 분들이 오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 가을에는 음반을 내고 장기 공연에 도전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연을 하면서 곡을 쓰면 좋겠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 이번 공연 전이나 후에 곡 작업을 해서 가을에 음반을 내고 출근하듯 다음 공연을 펼치고 싶어요."/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 사진/안테나뮤직 제공·디자인/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