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연수(42)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미시 스타의 열정을 분출하고 있다. 연기 경력 24년째인 그는 세월을 거스르며 장르와 캐릭터의 경계를 파괴하고 있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로 1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는 동시에 KBS2 수목극 '아이리스 2'로 생애 첫 첩보물에 도전하며 이색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아이리스 2'서 NSS 부국장 역할 영광
미국 펜타곤 출신으로 국가안전국 NSS에 새로 부임한 부국장 최민이 '아이리스 2'에서 그가 맡은 역이다. 테러로 부모를 잃고 사랑하던 남편마저 죽자 NSS에 합류해 거대한 조직 아이리스를 파헤치는데 앞장선다.
"우리나라에서 제 나이 또래에 이런 역을 맡게 돼 영광이에요. 세 명의 남자(남편과 두 아들)와 살다 보니 저도 모르게 남성적인 성격이 돼가기는 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성격은 못 되거든요. 그래도 최민에 빠지다 보니 점점 매력을 느끼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가는 것 같아요."
20~30대 젊은 후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타고난 동안 외모와 세월을 잊은 몸매로 비주얼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숏커트 헤어 스타일과 짙은 아이라인의 메이크업, 세련된 오피스룩으로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오연수가 영화 '남쪽으로 튀어'(왼쪽)와 드라마 '아이리스 2'에서 상반된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 영화 촬영을 하면서 8kg을 찌웠어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푸근한 엄마의 모습을 위해서였죠. 처음에는 찌우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한 번 탄력이 붙으니 겉잡을 수 없이 찌기 시작하더라고요. 최근까지 다시 5kg을 감량했는데 드라마가 아니었더라면 힘들었을 거예요."
첩보물 출연이 처음이기는 했지만 연기 인생에 꼭 한 번 도전하고 싶었던 분야다. 남편이 늘 집에서 미국 첩보 드라마를 틀어놓고 살아서 어느새 자신도 '미드'의 재미에 푹 빠졌다. 좋아하는 '미드'의 제목과 내용을 줄줄 읊는 정도가 마니아 수준이다.
"출연이 확정되고 액션스쿨까지 다니며 준비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액션을 하니 그러지 않은 사람도 있어야겠다는 말을 듣고 아쉽지만 내려놓았죠. 몸을 쓰지 않아도 첩보물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 '남쪽으로 튀어'서 8㎏ 찌우고 지고지순녀 열연
사회의 관습과 의무를 벗고 자유를 찾아 나서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남쪽으로 튀어' 속 안봉희는 '아이리스 2'의 최민과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유별난 남편을 말 없이 지지하는 지고지순한 여인이다.
"튀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너무 감정 기복이 없이 묵묵히 남편만 따르는 인물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마지막에 화염병을 들고 저항하는 신에서 안봉희의 진짜 성격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은 일곱 번째이자 1998년 '기막힌 사내들' 이후 15년 만에 출연하는 영화다.
"너무 오래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짊어지고 가기 보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랐어요. 다시 영화를 하는 배우라는 인식을 주고싶었어요. 이번 작품을 계기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도전하고 싶어요."
드라마 '달콤한 인생'에서 비키니 몸매를 공개했고, '나쁜 남자'에서는 열 살 연하의 남자 배우와 격정적인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사극 '계백'에서는 냉철한 왕비 사택비로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나이가 들 수록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여배우의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1년에 한 작품씩 하고 나머지는 엄마와 아내로 살아왔을 뿐이에요. 그렇지만 20여 년을 꾸준히 연기하면서 익숙해지고 감이 떨어지는 건 싫었죠. 40대 여배우의 변신은 이제 시작입니다."·사진/이완기(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