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워너비의 김진호(27)가 데뷔 10년째를 맞아 홀로서기에 나섰다. 폭발적인 성량과 '소몰이 창법'으로 불리는 화려한 기교의 보컬로 팀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그는 이번 앨범에서 담백하고 절제된 창법으로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 음반 준비 2년…다시 초심으로
이번 앨범을 발표하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 10개의 수록곡을 모두 작사·작곡하고 앨범 프로듀싱까지 직접 맡아 첫 정규앨범 '오늘 - 당신의 외로움과 함께이고 싶습니다'가 탄생했다.
"그동안 제게 씌워져 있던 꾸밈이나 포장의 느낌을 지우고 싶었어요. 또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 위로가 되는 가수가 되려고 하다보니 선곡과 녹음 기간이 길어졌어요. 내가 여러 음악들로부터 위로를 받았듯이 내 음악도 그런 위안이 됐으면 해요."
SG워너비는 7장의 정규음반을 내며 많은 히트곡을 쏟아냈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은 개인의 역량보다는 좋은 제작자와 작곡가 등 스태프의 힘이 컸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털어놨다.
"고생도 많이 했고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니 간절함이 강했죠. 활동을 하면서 초심을 잃기도 했는데 지난 2년 동안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 느껴봤어요."
트렌드를 따르는 싱글이 아닌 정통 발라드로 우직하게 채운 정규 앨범을 낸 것도 이런 영향 때문이다.
"요즘은 자기 생각을 갖고 음악을 하면 위험하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좋은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만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죠. 지금 제가 가는 길도 위험할 수 있지만 뜨겁게 도전했다는 것만으로 절대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이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고 함께 활동하던 두 멤버 김용준과 이석훈이 군에 입대하면서 팀 활동은 중단됐다. 김진호는 여러 대형 기획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그룹 엠투엠의 멤버 손준혁이 대표로 있는 신생 기획사 뮤니트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안정된 활동과 수익이 보장되는 회사와 계약할까 생각도 했지만 제 의지와 다른 기획에 맞추고 싶지 않았어요. SG워너비로 데뷔하기 전에 (손)준혁 형과 엠투엠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형이 '나중에 네가 성공하면 내가 매니저 할게'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어요.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기쁨과 편안함도 이번 앨범에 담겼죠."
▶ 채동하 추모곡 '안개꽃' 수록 머뭇
SG워너비로 활동하며 바이브레이션이 두드러지는 미디엄 템포 발라드를 유행시켰지만, 솔로로 나서며 기교와 수식을 모두 털어냈다. 담백한 목소리로 부른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의 포크 풍 발라드는 지금 유행과는 맞지 않은 듯 하지만 그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위로와 진정성을 담았다.
모두가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곡으로 진한 애정이 담겼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가족사진'과 '안개꽃'을 꼽았다.
"'가족사진'은 집에 걸린 우리 가족 사진을 보고 만든 곡이에요. 중학교 1학년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재봉일을 하며 저를 키우신 어머니 이야기를 담았어요."
'안개꽃'은 2011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전 멤버 채동하를 그리며 쓴 곡이다. "형의 죽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끝까지 망설여졌어요. 그런데 동하 형의 팬들이 큰 힘을 줬어요. 형을 위한 노래를 해달라고요. 형은 멀리서 보면 흐릿하며 다른 꽃을 돋보이게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온전한 한 송이 꽃인 안개꽃을 닮았죠."
SG워너비로 수 많은 무대에 섰던 그는 솔로로 첫 콘서트를 개최한다. 다음달 16~17일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과 4월 21일 일본 도쿄 오차드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디자인/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