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극 '이웃집 꽃미남'을 마친 배우 윤시윤(27)과의 첫 대화는 '깨발랄'한 자문자답으로 시작됐다. "자~ 종영소감 말하겠습니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깨금이의 세계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어요." 그는 아직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어른의 깊은 생각을 가진 '깨금이(엔리케 금)'의 모습 그대로였다.
# 끝내기 싫어 마지막회는 안 보려 했는데…
좋아하는 친구를 닮아가듯 캐릭터와 한 몸이 되는 연기 스타일 때문에 지금껏 출연한 모든 작품의 마지막 회를 보지 않았다. '끝나버렸다'는 느낌이 싫어서다.
종영일인 26일 전 출연진이 함께 뒤풀이 MT를 가면서 "눈꺼풀에 이쑤시개를 끼워서라도 마지막 회를 보게 만들겠다"며 으름장을 놨지만, 탈출(?)에 성공했다. 세상과 벽을 쌓은 독미(박신혜)가 깨금이를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 자체로 만족한다. 그에게 '이웃집 꽃미남' 16화는 지금껏 '깨미'커플과 울고 웃어준 시청자들을 위한 기념선물일 뿐이다.
정들었던 깨금이와 이별에 필요한 시간으로 2개월을 잡았다. 이전 작품을 보내기 위해 썼던 8~10개월보다는 부쩍 짧아진 기간이다. 그동안 고사했던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고려 중이다.
"'제빵왕 김탁구'로 시청률 50%라는 과분한 사랑을 받다보니 데뷔 초에는 자만하게 될까 두려워 예능을 자제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연예인 윤시윤'으로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것이 조금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연애를 하더라도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게 예쁜 사랑을 하는 거죠. '나도 윤시윤처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요. 진솔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만 있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 반듯한 청년…독서토론교실 만들 계획
그를 보면 반듯한 청년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청률보다 '힐링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배우로서의 작품관은 물론이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휴대전화에 저장된 좋은 글귀와 자기반성으로 여닫는 자연인 윤시윤의 건실함이 만든 결과다.
동료들이 활자중독증을 폭로하면서 '공부왕'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개인 책장에 꽂힌 책만 해도 2000권 가까이 된다. "독서는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취미활동"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 권에 1~2000원 하는 헌 책으로 인생이 바뀔 만큼 큰 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이동하면서 읽은 책 '로마인 이야기'에서도 삶의 지혜를 한 가지 배웠다.
"적을 방어할 높은 산도, 교역을 발전시킬 바다도 없던 로마가 강대국이 된 이유는 스스로 위기를 알았기 때문이더라고요. 저 역시 가진 재능이 부족하고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잖아요. 자신의 위태로움을 알고 노력한다면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모은 책은 현재 꾸준히 봉사활동하고 있는 한 학교에 기증해 독서토론교실을 만들 예정이다. 친한 후배들과 함께 방과 후 연극 활동 등 성취감을 줄 수 있는 동아리도 계획 중이다. 현실에 치여 너무 빨리 어른이 되려는 아이들에게 '꿈'을 갖게 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훈훈한 어른이 돼있을 테니 조바심 내지 말라'는 자칭 '어린아이' 윤시윤 형의 따뜻한 조언이다.
"지금껏 주신 사랑을 이런 식으로 조금이나마 갚아가는 것이 연예인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꾸 자신에게 엄격해지고, 무엇이든 치열하게 하려는 것 같아요. 저에게 주시는 관심과 사랑이 다이아몬드 족쇄이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수갑인 셈이죠."·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