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맞아 메트로신문이 국내 4대 취업포털 CEO들에게 올 한해 취업시장 전망에 대해 물은 결과, 이같은 조언이 공통적으로 쏟아졌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그늘이 너무 짙어 상반기에는 채용문이 활짝 열리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대응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CEO들을 일제히 충고했다.
김화수 잡코리아 대표는 "올 한해 취업시장에 먹구름이 잔뜩 낄 전망"이라며 "다만 새로 출범한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하반기에는 서비스업 등에서만 취업문이 다소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석 인쿠르트 대표도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기업들의 사정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며 "채용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의 전망이 상당히 어둡다"고 우려했다.
유망 기업군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이정근 사람인 대표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감을 강조하는 새정부의 주문에 따라 10대그룹의 신규채용은 소폭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강석린 커리어 대표는 "얼마 전 인터넷 화제를 모았던 '제니퍼소프트' 등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일자리가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망 업종에 대해서 강석린 대표는 IT, 김화수 대표는 서비스, 이광석 대표는 식음료, 이정근 대표는 전기·전자 등을 추천했다.
올해 주목해야 할 취업 트렌드로 CEO들은 열린채용, PT면접, 올드루키, 모바일앱 등을 꼽았다.
강석린 대표는 "스펙 등의 자격요건이 실제 직무를 수행하는데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기업들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지적했고 이광석 대표는 "삼성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기PR로 인재를 선발하는 PT면접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화수 대표는 "일단 비정규직 등으로 경험을 쌓은 후 정규직에 도전하는 올드루키의 선호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고 이정근 대표는 "모바일앱 등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얻느냐가 취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구직자들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도 이어졌다.
김화수 대표는 "불과 15년 전만 해도 NHN·넥슨 등은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다"며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불평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알짜 중견·유망 중소기업에서 꿈과 비전에 도전하는 현명함을 발휘하라"고 강조했다.
이정근 대표는 "대기업을 다닌다고 미래가 보장되고 중소기업에서 일을 한다고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결코 아니다"며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10년 이상 노력한다면 어디에서 일하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 성공 노하우도 살짝 귀뜸 했다.
강석린 대표는 "기업이 원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사회전반에 대한 기초지식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신문을 매일 꾸준히 읽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석 대표는 "세상의 모든 일과 마찬가지고 구직과정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감"이라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당당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