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인을 지칭하는 '자이니치(在日)', 그 중 북한에 뿌리를 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계열의 동포 2·3세는 남북과 일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허상 뿐인 이념에 짓눌려 평생을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라 사랑' 같은 외침은 뜬구름 잡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7일 개봉될 '가족의 나라'는 재일동포 양영희 감독이 자신의 한 많은 가족사를 고스란히 옮겨 지난해 일본 유수의 영화상들을 휩쓴 작품이다. 1970년대 초반 북송된 세 오빠와 헤어져 살고 있는 경험을 담담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리에(안도 사쿠라)는 20년전 북한으로 떠나보냈던 오빠(아라타)의 귀향이 반갑기만 하다. 그러나 오빠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감시원(양익준) 탓에 불안해지고, 설상가상으로 오빠는 뇌종양 판정을 받는다. 가족들은 오빠가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동분서주하지만, 감시원은 "갑자기 지시가 내려왔다"며 북한으로의 조기 귀국을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핸드 헬드로 미세하게 떨리는 카메라는 객관적인 시점을 잃지 않는다. 연출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일반적으로 범하기 쉬운 실수, 즉 주관의 오류를 피하고자 한 의도로 읽힌다. 앞서 '굿바이 평양'과 '디어 평양' 등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두 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양 감독의 내공이 빛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가 끝날 때쯤 먹먹해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반면 캐릭터들을 학대하면서까지 눈물을 쥐어짜내는 여느 국내 가족 드라마에 익숙한 몇몇은 지나치게 담백하고 심심한 마무리에 살짝 아쉬워할 가능성도 있다.
같은 재일동포인 최양일 감독이 2004년 선보였던 기타노 다케시 주연의 '피와 뼈'와 비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비슷한 소재를 다루지만 전혀 다른 두 작품을 통해 자이니치의 가슴 아픈 과거와 현재를 반추해보길 권한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