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경제일반

[박상진의 트렌드읽기] 투명함의 폭력

거실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새벽 4시50분. 잘못 들었지 싶어 돌아누웠는데 몇 번이고 반복됐다. 누군가가 아파트 공동현관에서 출입허가를 요청한 것이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인터폰을 들었다. 분명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서 있는데 얼굴이 보이질 않았다. 45도 각도로 선 듯 하기도 하고, 얼굴을 뭔가에 가린 것 같기도 했다. 인터폰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어눌한 말투로 알아 듣지 못할 말만 돌아왔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요즘의 아파트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서 이중 삼중의 보안장치를 한다. 보안장치와 거주자 사이는 CCTV라는 이름의 카메라로 유지된다. 카메라는 택배원, 가스검침원, 인터넷 AS기사 등 낯선 사람에 대한 거주자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선택된 도구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오히려 공포를 주고 있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 오히려 폭력을 불러온 셈이다. 이를 두고 한병철 교수는 '투명사회'에서 투명함의 폭력을 주장하는 듯 하다.

소비자는 투명함의 폭력 때문에 극단적으로 폐쇄된 공간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건축에서 보면 창문의 디자인이 외부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설계되고, 건물의 외관은 이방인의 경우 출입문이 어디인지 판단할 수 없도록 감춰지고 있다. 감정적으로도 다르지 않다. 최근 각광받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작성자가 텍스트나 이미지를 원하는 시간만큼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SNS라는 당연히 정보가 공개될 수 밖에 없는 공간에서조차 폐쇄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청소년 대상의 공간은 그 사용주체가 미성년자이라는 이유로 열린 디자인이 주로 채택된다. 학교, 학원은 물론 청소년이 자주 드나드는 PC방, 카페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투명함을 투명함이 아닌 폭력의 기회로 삼는 어른의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 성폭력 뉴스에 충격을 받지 않을 지경이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어떻게 하면 세상과, 타인과 더 많이 격리시켜둘까를 고민한다. 자녀의 교육, 취미활동, 교우관계 등에 필요한 요소를 더 은밀한 시간과 장소로 옮겨오지 않을까.

씁쓸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이 공개되는 사회를 피할 수는 없다. 묻고 싶다. 투명함의 폭력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 마련은 누구의 몫인가.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