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즐기는 모습 보고 주식종목 변경 짭짤
-생활밀착형 투자 패턴 예상보다 적중률 높아
#30대 중반의 회사원 최모씨는 지난해 여자친구의 달라진 소비행태를 보고 주식투자 종목을 갈아탔다가 큰 수익을 올렸다. 평소 백화점만 찾던 여자친구가 서서히 온라인·홈쇼핑으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직감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했다. 최씨는 "회사에서도 '어렵다 어렵다'하는데 여자친구마저 '간장녀'로 변신하니 정신이 번쩍 났다"며 "보유 중이던 백화점·대형마트 종목을 팔고 홈쇼핑 종목을 매수했다"고 말했다. 최씨의 전략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 지난해 여름 주당 13만원에 사들인 A 홈쇼핑 주가는 사상최고가를 경신하고 20만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여자들이 지갑을 여는 곳에서 투자 포인트를 발견하려는 최씨의 투자전략은 증시 전문가의 시각에서도 크게 틀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증시 전문가들은 일제히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등을 아우른 유통주 중에서 홈쇼핑주를 가장 밝게 전망했다. 경기침체로 가계의 구매력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백화점·대형마트급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하는 홈쇼핑이 '불황형 쇼핑'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홈쇼핑 업체들의 주가는 올 들어 선방하고 있다. 이날 현대홈쇼핑 주가(종가 기준)는 13만9500원으로 올초 대비 13.88% 상승했다. 같은 기간 GS홈쇼핑은 26.03%, CJ오쇼핑은 14.29% 상승했다.
홈쇼핑 업종의 성장은 여성 소비자들의 씀씀이 동향과 궤를 함께 한다. 김경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홈쇼핑 업종은 사실상 여성이 주 고객이므로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력 없이는 시장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주부 등을 공략하면서 유통업종에서 할인점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케이블방송에 홈쇼핑 프로그램이 처음 송출되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30~40대 주부가 주 고객이었다"며 "하지만 성장 정체를 겪던 홈쇼핑 업체들이 2000년대 후반부터 패션잡화와 화장품, 명품과 건강용품 등으로 손을 넓히면서 20대, 50대 여성들까지 고객층으로 확보해 안정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홈쇼핑뿐만 아니라 중저가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도 여성 소비자의 구매력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초유의 강세를 보였다. 중저가 화장품 납품업체인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이 지난 하반기 신고가를 갈아치운 후 순항중이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불황 때문에 투자할 곳이 없다는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생활패턴 변화를 잘 살펴보면 유용한 투자처를 찾을 수 있다"며 "여성들이 지갑을 여는 곳에 주목하는 것도 매우 적절한 투자전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