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에 만난 박신혜는 막 피어난 꽃처럼 싱그러웠다. 눈빛은 초롱초롱했고, 표정과 말투는 발랄하고 꾸밈이 없었다. 데뷔 10년 째인 올해 드라마와 영화, 해외 활동의 성공으로 어느 때보다 행복한 봄을 맞고 있는 그는 "이제 고작 스물세살이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 소녀에서 어엿한 여인으로

SBS '천국의 계단'에 최지우의 아역으로 나왔을 때가 벌써 10년전이다. 금세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맑은 눈이 예뻤던 소녀가 드라마 '천국의 나무' '미남이시네요' '넌 내게 반했어'에 이어 지난달 말 화제 속에 종영한 tvN '이웃집 꽃미남'에 출연하며 어엿한 여배우로 성장했다.

"드라마가 잘 끝난 것도 좋지만 제 감정과 눈빛에서 이젠 여자의 느낌이 난다는 평을 받은 게 가장 좋았어요. 이 작품을 계기로 내면도 많이 성숙했고요. 앞으로 로맨틱 코미디뿐 아니라 멜로를 해도 어색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극중 이웃집 꽃미남을 훔쳐보는 은둔형 외톨이 고독미를 열연했다. 지난 몇 달간 학창 시절의 상처로 세상과 거리를 둔 배역을 표현하기 위해 마음 속 깊이 감춰둔 상처를 끄집어내야만 했다.

"실제 성격이 밝은 편이지만 무작정 밝지만은 않아요. 감정 기복도 있고 감성적이고 눈물도 많죠.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들어와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당시 갑자기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를 감당하기 힘들었죠. 지금은 웃으면서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 "정용화는 친구…박희순 선배 팬"

다행히 사람 복이 많아 촬영장은 늘 즐거웠다. 성격 좋은 꽃미남들만 만났고, 매번 호흡이 잘 맞는다는 기분 좋은 칭찬을 들었다. '미남…'와 '넌 내게…'로 두 번이나 만난 씨엔블루 정용화와는 열애설에도 휩싸였다.

"제 얼굴이 둥글둥글하고 강한 인상이 아니라 다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는 것 같아요. 용화와는 친한 친구일 뿐인데, 아마 두 번이나 함께 하니 팬들이 MBC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는 느낌으로 우릴 보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윤시윤에 대해서는 "처음엔 연기에 대한 의견이 달라 티격태격했지만, 그러면서 나중엔 많이 친해졌다"고 귀띔했다. 이어 "박희순 선배 팬이다. 다음엔 그 선배와 꼭 같이 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5일 입대한 유승호와는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다. 얼마 전 소지섭의 미니앨범 뮤직비디오에서 유승호와 키스신을 연기했던 그는 "마냥 어린 동생 같았던 승호와 키스신을 찍으니 죄짓는 기분 이었다"고 너스레를 떤 뒤 "입대 하루 전에 승호한테 부재중 전화가 와 있던 걸 뒤늦게 발견해 미안했다. 면회 가겠다"고 말했다.

# 영화 에피소드와 향후 행보

드라마가 성공한 것 외에도 출연작인 영화 '7번방의 선물'이 12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1000만 배우'에 이름을 올려 더욱 뜻 깊다. 극중 여섯 살 지능을 가진 아버지 용구(류승룡)의 딸 예승(갈소원)이 성인이 된 모습을 연기했다.

"1000만 관객 돌파는 기쁘지만 '1000만 배우'라는 말은 제가 얻기엔 큰 타이틀 같아요. 이 작품은 출연만으로도 영광이었죠. 앞으로 제가 이끄는 영화에서 잘 돼야죠. 아직은 힘이 부족해요."

영화 말미에서 용구의 죄를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그는 "같은 소속사에 있는 박세영 언니와 친해서 함께 극장에 '신세계'를 보러갔다가 우리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사람들이 울면서 나오다가 제 얼굴을 직접 보니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더라"고 깔깔대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17일부터는 여배우로는 최초로 아시아 팬미팅 투어에 나서는 등 해외에서도 승승장구다. "큰 일이라 부담은 되지만 재밌을 것 같다"면서 "소녀시대·씨스타·현아의 노래를 리믹스해 선보일 예정이라 지금 열심히 안무 연습 중"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디자인/양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