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WBC 2회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일본은 우승상금으로 3억엔(약 34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선수들이 손에 쥔 상금은 우리 돈으로 50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상금의 절반을 야구진흥기금으로 기부했기 때문이다.
불만을 표시하는 선수들은 없었다. 이번 대회의 우승 상금은 2회보다 20% 정도 많지만 이번에도 상금 절반을 야구진흥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WBC 대회에 참가하는 일본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는 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일본 선수들은 무엇으로 싸우는 것인가. 명예와 사명감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일본 대표의 일원이라는 일류의식, 국제대회에서 나라를 빛내고 싶은 사명감, 그리고 그에 따른 국민들의 성원, 일종의 봉사의식이다.
역대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에게는 병역 혜택과 돈이라는 당근이 기다리고 있었다. 군 입대를 앞둔 선수들은 절실함을 갖고 온몸을 불태웠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병역 혜택이 없었다. 그래서 1라운드 탈락 원인 가운데 하나로 선수들의 절실함을 이끌만한 당근이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근론은 결국 우리 야구의 근본적인 클래스가 높지 않다고 자인하는 셈이다. 이 말은 무언가를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시장에서의 흥정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두 대회에서 4강과 준우승 국이라는 자긍심으로 나설 수는 없는 것일까.
WBC는 이제 축구의 월드컵처럼 세계인의 야구축제가 됐다. 한국도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탈락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적절한 당근을 말하기에 앞서 선수들로 하여금 한국야구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는 작업이 우선시돼야 한다. 이제 한국은 야구 선진국이지 않는가.
/이선호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