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예산이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세대학교 학보 '연세춘추'가 학교 정책에 항의하며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1935년 창간돼 지령 1701호에 달한 연세춘추는 11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1면이 하얗게 비어 버린 춘추, 무슨 일인지 궁금하시다면 한 부를 들고 읽어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백지 발행 학보 사진을 게재했다.
그동안 연세춘추 구독료는 잡부금 명목으로 등록금 고지서에 포함돼 재학생들이 모두 구독료를 납부했지만 올해부터 등록금과 잡부금을 분리해 받으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에 따라 사실상 구독료 의무납부가 어렵게 됐다.
잡부금에는 총학생회비, 연세지(교지), 연세춘추(학보), 연세애널스(영자신문), YBS(학내 교육방송국) 방송비, 보건비, 건강공제회비, 생협출자금 등이 해당된다.
뜻이 있는 일부 재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구독료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종이신문을 잘 읽지않는 세태와 얽히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학기 구독료를 납부한 학생은 신촌캠퍼스 재학생의 11.9%에 불과하다. 올해 신입생은 46.5%만 구독료를 납부했다.
연세대 측은 연 8억원의 예산 중 5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족한 비용은 광고나 온라인이나 모바일판 전환 등 자구책을 찾으라는 입장이다.
5억원의 예산은 교직원 인건비와 신문 인쇄비일 뿐 정상적인 취재와 편집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연세춘추 측의 주장이다.
또 전자신문화 하는 것은 더 큰 초기 예산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세윤 연세춘추 편집국장은 "학교 측은 78년 전통의 공공재인 신문에 대해 시장의 논리만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백지로 1면을 발행한 것은 학교 측에 대한 항의 뜻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측은 "등록금 인하 등 사회적 분위기와 긴축재정 현실을 고려하면 예산 전부를 지원하기 어렵다"며 "연세춘추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