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률(가명·33) 씨는 인천 남동구에 있는 국내 유일의 부자가정 보호시설 '아담채'에서 초등학생과 네 살배기 자녀 둘을 키우고 있다. 최씨는 3년 전 아내와 사별하는 바람에 졸지에 '애 둘 딸린 홀아비'가 됐다. 아내 치료비로 가진 돈 전부를 쏟아부은 최씨는 요즘 월급 50만원을 받고 새벽부터 오전 내내 상가 청소를 한다.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를 하고 있지만 수입은 들쭉날쭉이다. 최씨의 가장 큰 희망은 오후 남는 시간에 할 만한 안정적인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것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0년 말 현재 최씨 가족과 같은 '부자가정'은 34만7448가구에 달한다. 1995년 17만2398가구에서 15년 만에 무려 101.5%나 늘었다. 모자가정 증가율(58.3%)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 중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보호 대상 부자가정은 2만7000여 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전국에 단 한 곳, 아담채뿐이다. 현재 20가구 5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전국 59곳에 달하는 모자가정 보호·자립시설과 비교하면 경악할 수준이다.
서울 강서구와 인천 남구에도 부자공동생활시설이 각각 한 곳씩 있긴 하다. 하지만 위기 가정에 한해 5가구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다 2년이 지나면 나가야 해 지원시설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부자가정지원시설 건립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건립을 추진했지만 선뜻 운영를 맡아주겠다는 법인을 구하기 어려웠고 사회적 편견과 재정 문제까지 겹쳐 성사되지 못했다.
이들의 자립을 막는 법규도 문제다.
아담채에서 생활하는 최씨는 얼마 전 월급 180만원을 받는 건물 시설관리직으로 채용됐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부모가정지원법상 두 자녀를 키우는 경우 월급 163만8410원을 넘으면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 정도 차이면 차라리 몇 만원 덜 받고 정부 지원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섰죠. 최소한 애들이 좀 더 클 때까지는요. 하지만 제 경력 등을 생각하면 이게 올바른 건지 걱정이 됩니다." 최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법규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담채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구본철(가명·49)씨 역시 한 대기업이 출자한 사회적기업에서 면접까지 마친 상태다. 하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게 됐다는 기쁨보다 고민이 앞선다. 자녀가 한 명인 구씨의 월소득이 126만6500원을 넘으면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아담채에서 나가야 하는 딜레마 때문이다.
먹고사는 걱정도 크지만 이들을 더 힘겹게 하는 건 세상의 편견과 냉대다. 실패한 가장이라는 낙인,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느냐"는 주변의 손가락질은 참기 어려울 정도다.
홍진규 아담채 사무국장은 "2007년 아담채가 처음 설립될 때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며 "복지시설이 아니라 교육 환경을 저해하는 혐오 시설로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이어 "부자가정을 돕기는커녕 자립 의지를 꺾는 한부모가정지원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