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끝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처해 최종 부도를 맞이하면서 후폭풍이 들이닥치고 있다. 이번 사업으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 온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곧바로 소송 제기 등 법적 책임 추궁을 경고하고 나섰고 증시에서 개발사업에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번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금융권은 돈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빠졌다.
13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전날 자정까지 갚기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이날 오후 11구역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회의를 열고 서울시와 코레일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 제기 등의 대책 논의에 돌입했다. 이상규 비대위 대표는 "동네 사람들의 재산권이 장기간 묶이면서 피해가 막심한데 관련 당국이나 업체가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고 경고했다.
서부이촌동은 2007년 사업부지에 편입되고서 6년째 재산권 행사를 제약받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서부이촌동 주민 2298가구 중 절반이 넘는 1250가구가 가구당 평균 3억4000만원을 대출받은 상태로 사업 공전이 길어지면서 집이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권의 직간접적인 피해도 극심하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 디폴트로 인한 금융권의 직접적인 피해액은 2365억원에 달한다. 용산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에 재무적 투자자로 출자한 금융기관은 모두 5곳으로 알려졌다. 이들 금융기관은 드림허브가 최종 부도 처리되면 투자금 전액을 날릴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빠져있다.
금융기관들이 다른 투자자나 사업자들에게 대출·지급보증을 한 것까지 포함하면 전체 피해액수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관련주는 급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드림허브의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하한가로 떨어졌다. 롯데관광개발은 이번 사업이 좌초되면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라는 전망에 주가가 이달 들어 30% 넘게 빠졌다.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을 보유한 삼성물산은 외국인의 매도세에 2% 넘게 빠지고 드림허브에 200억원 이상을 출자한 GS건설(0.37%), 삼성생명(1.43%), CJ(0.43%), 호텔신라(1.52%), 우리금융(1.95%), 현대산업(1.66%)이 줄줄히 하락했다.
이밖에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 1조원대 드림허브 초기 자본금에 투자한 일부 자산운용사의 부동산펀드 자금도 위태로운 처지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의 투자금 1250억원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