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희(31)가 공감 100% 리얼 멜로 연기로 청춘 남녀의 눈과 마음을 붙잡는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그는 직장 동료 몰래 사내 연애를 하는 은행원 영을 연기하며 평범한듯 하면서도 특별한 멜로 영화의 탄생을 이끌었다.
# 인터뷰 형식 구조 신선
'연애의 온도'는 만남과 연애·이별 등의 정규 코스를 밟는 여느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별 직후 남녀가 겪는 관계와 감정의 변화를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이별 후에도 어쩔 수 없이 조직원으로서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방과 관련한 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페이스북 비밀번호를 알아내 전 남자 친구 동희(이민가)의 어린 새 여자친구의 뒤를 캔다. 휴대전화 커플 요금을 이용해 인터넷 쇼핑을 하고, 빌린 노트북을 부셔서 착불로 돌려보내는 '찌질한' 복수들을 통해 웃음과 공감을 선사한다.
"인터뷰 형식을 띤 영화의 구조가 무척 신선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연기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봐도 재미있더라고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저도 이야기에 빠져들었죠. 영화에 큰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 사소한 일상의 연속이지만 쉴 새 없이 웃고 즐길 수 있을 거예요."
대사와 상황이 촘촘하게 엮인 시나리오를 맛깔나게 살려내는 건 주인공들의 실감나는 연기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실제 커플이 연애하고 싸우고 헤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느낌을 준다.
"저라도 영이와 같은 감정이 될 것 같은 느낌을 가지면서 실제 상황 속으로 들어가려고 애를 썼어요. 최대한 자연스럽고 꾸밈 없는 연기를 해보자고 생각했죠. 연기를 해오던 관습을 빼내고, 실제 제가 쓰는 행동이나 습관·말투와 같은 저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 무르익은 연기력 뽐내
전작인 '화차'에서 다양한 감정과 복합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던 그는 1년 만의 작품에서는 정반대의 매력으로 한층 무르익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화차'에서는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는 일이 중요했었죠. 이번에는 '우~와 잘한다'라는 평가보다는 '정말 자연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감독님의 디렉션도 거의 없었어요. 리허설을 하고 감독님과 세부적인 감정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주고받고 연기에 들어가는 방식이었죠. 콘티 작업도 없었고, 결과물처럼 열린 환경에서 작업했어요."
세 살 연하의 상대 배우 이민기와는 실제 연인 사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사랑과 이별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김민희의 제안에 따라 이민기는 '누나'나 '선배'라는 호칭을 생략하고 '영이야'라고 부르며 감정을 이어갔다. "현장에서는 내내 웃고 떠든 기억밖에 없어요. 심지어 심각한 감정을 잡고 싸워야하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판타지를 제거한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전한 그는 실제 사랑과 결혼에 대해 "사랑한다고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아직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결혼도 이제는 판타지 속에서 꿈꾸던 세상이 아닌 언젠가 내가 겪을 현실로 다가온다"고 말했다.·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