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키프로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현실화되자 관련국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키프로스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러시아는 이번 사태해결에서 '왕따'가 된 것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독일 주도로 키프로스에 이례적인 조건부 구제안을 제시했다가 역내 외로부터 십자포화를 당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사국인 키프로스는 물론 앞서 구제받은 포르투갈의 아비날 실바 대통령은 18일 로마에서 포르투갈 TV와의 회견에서 "유럽이 매우 위험한 길로 가고 있다"면서 "때론 상식이 어디론가 가버린 것처럼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포르투갈은 120억 유로의 구제 금을 할당받았으나 아직 100% 사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키프로스 은행 예금액의 3분의 1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부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면서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까지 나서 이번 조치를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는 불공정하고 비전문적이며 위험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도 "키프로스 은행의 예금 과세는 사회주의 소련 경제에서나 행해지던 관행으로 러시아인의 재산을 몰수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도 끼어들었다. 미 재무부는 19일 성명에서 잭 루 재무장관이 "유럽 측과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면서 "키프로스 구제가 공정하고 책임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9일 새벽 전화로 긴급 접촉해 "10만 유로 미만 예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으로 AFP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애초 합의는 10만 유로 이상에는 9.9%, 그 이하 예금에는 6.7%의 세금을 각각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유로존은 18일 시작된 키프로스 은행의 휴업이 최소한 2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이처럼 긴급 '유턴'했다고 블룸버그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