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권 일대에서 여성을 잇따라 성폭행하고 거액의 금품을 빼앗은 이른바 '서부 발바리'가 11년 만에 검거됐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2002년부터 올해 1월까지 마포·서대문·은평구 일대에서 혼자 사는 여성 9명을 성폭행하고 5600만여 원 상당의 금품을 강탈한 혐의로 박모(55·무직)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28일 은평구 녹번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도주했으나, 경찰은 CCTV 동영상 등에 찍힌 박씨를 추적해 5일 검거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박씨의 유전자(DNA) 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11년간 벌어졌던 성폭행 및 강도 사건의 장본인이 박씨임을 밝혀냈다.

2002년 10월 29일 마포구 성산동 다세대주택에 침입해 20대 여성 A씨를 성폭행하고 가방을 훔쳐 달아났던 박씨의 범죄 행각은 올해 1월 30일 은평구에서 주부 B씨를 성폭행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절도 등 전과 14범인 박씨는 부인과 두 딸을 둔 가장으로 땅과 아파트 전세금 등 15억원이 넘는 재산을 갖고 있었지만 성충동과 도벽을 억제하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특히 3000만원 상당의 BMW오토바이를 구입해 범행 때 타고 다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2010년 'DNA 신원 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절도 피의자에 대한 DNA 시료를 채취할 수 있게 됐다"며 "예전에는 성범죄 피의자만 DNA 채취가 가능해 절도 피의자의 성범죄 전력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