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리뷰: 연애의 온도
연애의 전 과정을 온도로 그래프를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처음 만나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절정에 이른 후 점점 떨어지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별한 연인들의 연애 온도는 어떨까? '연애의 온도'의 주인공들은 저점을 지나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린다. 미련이 남아 있고, 가버린 버스가 아쉬워졌기 때문이다.
연애 3년차인 동희와 영은 서로에게 싫증을 느껴 헤어진다. 하지만 같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부딪쳐야 하고, 서로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말에 질투심이 불붙는다. 이별 후 다시 상대에 대한 소중함과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심통도 부리고, 술 마시고 주사도 부려보는 동희와 영. 그런데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면 해피해질 수 있을까?
'연애의 온도'는 일반적인 로맨틱코미디에서 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헤어진 후 상대에게 주었던 물건을 착불로 보내고, 커플요금제는 부담으로 돌아온다. 상대의 새로운 연애 소식에 SNS를 뒤지고, 심지어 상대 애인을 미행하기까지 한다.
헤어진 후 다시 뜨거워진 연애 감정을 조금은 과장스럽게 그려낸 것이다. 아마 헤어진 후 가슴앓이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동희와 영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헤어지게 됐을까? 연애는 결혼 생활과 마찬가지로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의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오래 간다. 하지만 동희와 영은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후반부에 두 사람은 다시 연애를 시작하지만 이전과 똑같은 이유로 헤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변하길 바라는 연애심리가 결국 벽이 된 것이다. 연애의 습관은 반복된다고들 하는데, '연애의 온도'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로맨틱코미디를 보고나면 '나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연애의 온도'는 그 뒷맛이 씁쓸한 로맨틱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