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1일 "유신 시대 긴급조치는 국민의 기본권을 크게 후퇴시켰다"며 긴급조치 피해자 6명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전원일치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다만 헌재는 1970년대 긴급조치 1, 2, 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긴급조치의 근거였던 유신헌법 53조는 심판대상에서 제외했다.
유신헌법 53조는 긴급조치 발령의 근거규정일 뿐 심판 청구인의 재판에 직접 적용된 규정이 아니고 청구인들의 의사도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데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유신헌법 53조는 '대통령이 국가위기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을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행위를 하면 영장없이 구속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긴급조치 1호 위반시에는 15년 이하의 징역을 받도록 규정했다.
이를 위해 비상군법회의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긴급조치 2호도 만들어졌다.
긴급조치 9호는 학생들의 집회·시위나 정치관여 행위 등을 금지하고 치안질서 유지를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피해자 6명 중 한 명인 오모씨는 1974년 버스 안에서 다른 승객에게 정부시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중앙정보부로 연행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오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재심권고 결정에 따라 2010년 서울고법에서 재심 재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재판부는 '이미 폐지된 법령'이라며 무죄가 아닌 '면소' 판결을 내렸다.
오씨는 이에 따라 대법원 상고와 함께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2010년 "긴급조치 1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며 긴급조치 1호에 대한 위헌을 선언하고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2011년 '긴급조치 4호'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지난해엔 서울북부지법에서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