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아들이 반장 후보로 추천됐는데 "저는 엄마가 학교에 올 수 없어서 반장을 맡을 수 없습니다"라고 친구들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네요. 맞벌이인 관계로 아들에게 임원 선거하면 출마하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반장 떨어졌다는 얘기를 기쁜 표정으로 전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미안하기 짝이 없네요.(초등 3학년 부모)
#사례 2=딸아이가 전교 부회장에 출마하겠다는데 걱정이 앞섭니다. 부회장 엄마는 학교에 찬조금으로 얼마를 내야 하나요. 학교에는 또 얼마나 자주 가야 할까요.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아이의 기를 꺾을 수는 없고 직장에서는 상사 눈치 때문에 월차 한번 쓰기도 힘든데 어찌 해야 할지 스트레스만 쌓입니다.(초등 6학년 부모)
새 학기를 맞아 임원 선거에 들뜬 어린이들과 달리 학부모들이 남모를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육아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직장 여성을 중심으로 학교 임원을 맡거나 출마하려는 초등학생 자녀에 대한 고민과 질문이 속속 등록되고 있다. 임원 부모가 관례적으로 맡아온 교실 환경미화, 교사 간식 준비, 운동회·공개수업 도우미 역할과 찬조금 부담 때문에 자녀의 임원 출마를 말리고 싶다는 워킹맘들의 고민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 임원을 맡아보고 싶다는 아이를 도와주고 격려하기는커녕 말리고 있는 내 모습이 처량하고 어처구니없다"는 의견이 많다.
임원의 엄마가 워킹맘일 경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학부모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킹맘은 아이들 임원 시켜선 안 된다"고 잘라 말하는 학부모도 있을 정도다. 3학년 아들을 둔 강모씨는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학교 일에 발을 빼면 결국 다른 학부모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학년 학부모인 정유진씨는 "지난해에 딸이 학급 임원을 맡았는데 다른 엄마들에게 워킹맘이니 양해해 달라고 말한 뒤 얼마나 눈치를 봤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정씨는 "아이가 임원이면 엄마도 임원이라는 등식이 당연시되는 상황이 난감할 뿐"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의 출마 동의를 받은 학생에게 전교 회장단 후보 우선권을 주는 학교도 생기고 있다. 1~2학년 때는 임원을 아예 뽑지 않고 3학년부터 선출하는 학교도 있지만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새 학기 학부모들, 특히 워킹맘의 고충이 이해되지만 학생 임원은 각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사항이라 교육청에서 지침을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