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미스에이의 페이(26)가 '금요일 밤의 여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인 멤버이자 맏언니로 묵묵히 팀 활동에만 전념해온 그가 숨겨온 재능을 본격적으로 발산하는 중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올리브 '마스터셰프 코리아 셀러브리티'(이하 '마셰코 셀럽')와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3'에서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인 요리와 춤으로 안방을 사로잡고 있다.
# '마셰고 셀럽'서 숨겨진 본능 발견
손호영·김성수·토니안·화요비 등 10명의 스타들과 요리 대결을 벌이는 '마셰코 셀럽'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페이를 조기 탈락 후보로 꼽았다. 잠잘 시간도 없이 바쁘게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특별한 요리 실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놀랄 반전은 첫 회부터 시작됐다. 탈락 면제권을 주는 '미스터리 박스 미션'에서 최근 5회 방송 중 세 차례나 우승하는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에 나가기 전까지 제가 그렇게 요리를 좋아하는 지 몰랐어요. 내가 정말 요리를 사랑한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고요."
이미 8회분의 촬영을 모두 끝냈다. 매주 한 회씩 방송되는 것과 달리 한 달 안에 모든 촬영을 끝내는 강행군을 펼쳤다. 새벽 2~3시에 팀 스케줄을 끝내고 쪽잠을 잔 후 이른 아침에 졸린 눈으로 요리 연습장을 찾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연습장에만 가면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졌다"며 행복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1회에서 선보인 중국식 양념 돼지 등갈비는 '369갈비' '페이 갈비'라는 이름으로 이미 인터넷 요리 관련 블로그의 인기 메뉴로 등극했다. 냉정한 평가로 소문난 강레오 심사위원은 "당장 이태원에서 판매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막연히 '시집가면 요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한국에 와서 요리는 처음 해봤어요. 고향의 음식이 그리워 화상 통화로 엄마에게 배워가며 하나 둘씩 만들어 먹었죠."
요리 도구에도 애착이 많아 마트의 주방용품 코너를 지날 때면 절로 행복해지곤 한다. "하지만 멤버들이 아줌마 같다고 놀릴까봐 좋아하는 티를 내지도 못했죠. 이제는 방송으로 요리에 대한 열정을 제대로 알리게 됐으니 멤버들도 더 응원해줄 것 같아요."
덕분에 어머니 팬이 많이 늘었고, 남성 팬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도 바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369갈비'와 중국식 칼국수, 그리고 이번에 배운 라비올리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귀띔했다. "어릴적부터 음식점을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더 확실해졌어요. 내가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때 정말 행복하죠. 30대쯤 한국에서는 중국식 음식점을, 중국에는 한국식 음식점을 내고 싶어요."
# '댄싱 위드 더 스타 3' 도전…제대로 하고파
정성껏 요리하는 차분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전하다가도 채널을 돌리면 발랄하면서도 섹시한 '댄싱퀸'으로 변신한다. 동갑내기 댄스 스포츠 선수 김수로와 짝을 이뤄 15일 첫 무대를 치렀다. "중국에서 무용학교를 다녔지만, 전통 춤과는 완전히 다르고 가수로서 무대에서 보여주던 안무와도 많이 달라요. 예전부터 댄스 스포츠를 하는 여자들이 참 아름다워보였는데 이번에 제대로 도전해보려고요."
금요일 생방송, 토요일 음악작업, 일요일 안무, 월~목요일 연습 등 빼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그는 "결승까지 가는 게 목표다. 김완선 선배님과 이은결 오빠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프로그램을 동시에 소화하기 위해 1년에 한 번뿐인 휴가를 포기했다. 중국 하이난행 비행기표 예매를 취소하는 어려운 결단이 '마셰코 셀럽'과 '댄싱 위드 더 스타 3' 출연이라는 연이은 기회로 이어졌다. "제가 원래 욕심이 많지 않아요.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편이었는데, 처음으로 주도적으로 활동하게 됐죠. 휴가를 포기하면서까지 얻게 된 행운들을 꽉 잡을 거예요."·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디자인/원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