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사는 종목, 글로벌 경기와 상관없는 중장기 성장주, 알짜배기 자회사를 거느린 종목을 노려라.
최근 국내 증시가 '신 넛크래커(호두까기 기계 속 호두같은 상황)'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같은 조언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증시가 일본·중국은 물론 동남아에 밀려 외면당하는 신세지만 매력적인 투자 종목은 아직 얼마든지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일본(351억달러) 인도(93억6000만달러) 인도네시아(19억9000만달러) 등 아시아 주요 증시에는 외국인이 몰려드는 데 반해 한국증시에 투자한 금액은 2억5000만달러에 불과한 상태다.
이를 두고 수년전 한국증시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놓여 고생했던 '넛크래커'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급성장하는 동남아 국가들이 아시아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더 이상 한국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증시는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에서 소외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으로 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고 호주나 동남아 등 신흥국은 자체적인 성장성이 워낙 견고한 상황인 데 반해, 한국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도 경기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금을 끌어들일 마땅한 매력 없이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투자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공이 크게 보일 때만 쳐라'는 증시 격언처럼 확실한 투자근거부터 찾으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셀 코리아'를 보이며 코스피지수 하락을 이끄는 외국인이 여전히 사들이는 종목을 알아두면 향후 대형주의 향방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1월2일~3월21일)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은 SK하이닉스·하나금융지주·한화생명·KB금융·호텔신라·현대그린푸드·제일기획 등이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이탈하지만 코스닥시장에는 들어오는 점도 현 장세의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업종 안에서도 개별 종목의 옥석을 가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부침과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뜨는 분야도 신 넛크래커 시대의 유망 투자처로 꼽혔다. 중국의 중저가 수요가 새로 부각되는 스마트폰 시장과 노령화 바람을 타고 정책적 육성 업종으로 거론되는 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코스닥 업체다.
똘똘한 자회사들을 거느려 불황에도 든든한 지주사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CJ의 경우 지난해 흑자 전환한 CJ푸드빌,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달성한 CJ올리브영 등 비상장 자회사의 호조에 힘입어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주사의 경우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가 부각되고 현금흐름이 개선될 때 투자매력을 더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