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이십대 후반 여자입니다. 친한 친구가 있는데 오래 사귄 남자와 헤어지고 몇 달 안 돼서 새로운 남자를 만났습니다.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유는 그가 제대로 된 직장이 없어서가 큰 이유였어요. 친구는 직장인이거든요. 반면 새롭게 사귄 남자는 직장도 탄탄한 그런 남자입니다. 지켜보면서 친구로선 기쁘지만 조금 찝찝하기도 해요. 저도 지금 남자친구가 있는데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예술하는 사람입니다. 남자친구와 사귀기 시작할 때쯤 친구가 물어봤던 말이 생각나서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런 직업인데도 만날 생각을 했어? 정말 좋아하나 보다." 이런 말을 한 친구는 조금 후에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지요. 친구를 보면 어쩐지 제 자신을 투영하는 기분이 듭니다. 돈 못 버는 남자친구와 만나는 직장인인 제가 바보 같단 생각도 드네요. 친구가 조금 부럽기도 하고요.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다스리는 게 좋을까요? (우울한 분홍)
Hey 우울한 분홍!
생각은 다스리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지켜 봐줘야 해. 남자가 그 어떤 이유로도 싫어지고 있다면 그 이유가 합당한가, 윤리적인가 평가할 필요는 없어. 좋고 나쁜 연애와 이별이 없는 것처럼. 내가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남자를 원한다면, 찾을 수 있다면야 능력 닿는 대로 그런 남자 찾으면 돼. 그러니 내가 속물이라며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마음 꾹꾹 누를 게 아니라 내 욕망 직시해서 원하면 그 남자 곱게 놔주길 바래. 기꺼이 감당할 다른 여자 있어. 그리고 사실 꼭 경제적 무능이나 예술하는 일이 싫어진 이유라기보다 그것과 연결되는 다른 소소한 면모들이 짜증나서 더 상대가 못나 보이고 미래가 막막해 보일 수도 있어. 즉 지금의 단점으로 보이는 그것들을 만회할 만한 다른 장점들이 안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고. 어쩌면 요즘 시대에 사랑 하나만 보고 만나는 게 최고의 사치. 결국 원하는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을 해야 함을 의미해. 그건 결코 내가 '나쁜 여자'가 되는 걸 의미하지 않아. (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