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회사를 옮긴 박모(35)씨는 벌써 이직이 네 번째다.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작은 중소기업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박씨는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학창 시절 목표로 했던 대기업에 결국 입사했다. 연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이직할 때마다 '철새' '메뚜기족'으로 비난 받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오히려 박씨에게 이직 노하우를 배우려고 찾아오는 전 직장 후배들이 많아 마음의 짐도 말끔히 털었다.
'이직도 능력이다.'
최근 국내 직장인들 사이에 이 같은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역량 개발, 급여 상승, 경력 업그레이드 등을 목적으로 2~3년마다 이직하는 '잡호핑(Job-Hopping)족'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직을 바라보는 시선도 부러움으로 바뀌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직장인 20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근무하는 회사 내에 잡호핑족이 존재한다는 대답이 48%로 절반에 가까웠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61%는 '과거보다 잡호핑 하는 직장인이 증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잡호핑으로 성공한 경우를 봤다'는 응답도 61%로 '본 적 없다'(4%)는 대답을 압도했다.
'잡호핑족'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잡호핑족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란 질문에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것'(53%·복수응답) '지속적인 역량 개발모습이 긍정적'(41%) '유용한 최신 정보를 갖고 있을 것'(27%) 등 답변이 다수였다.
'자신의 이익 위주로 생각하고 조직은 고려하지 않음'(19%), '신뢰감 있는 관계를 구축하기 어려울 것'(17%), '끈기·참을성이 부족해 보임'(16%) 등 부정적인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처럼 잡호핑에 대한 인식이 관대해진 것은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는 세대가 유입된데다 업종·직무를 초월한 인재 영입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직 기회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기업이 로열티보다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중시하게 되면서 경력사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완화된 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잡코리아 김화수 대표는 "IMF 이후 고용 불안을 느낀 직장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잡호핑족'이 늘고 있다"며 "잡호핑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고 무작정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커리어맵을 설계한 후 이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