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의 4대강 사업 구간에서 조개류인 재첩이 대량으로 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26일 진행된 수중촬영을 통한 조사 결과, 재첩의 떼죽음과 남한강 바닥의 퇴적물을 확인했다.
남한강은 4대강 사업으로 이포·여주·강천 3개 보가 건설됐다.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 보가 강물의 흐름을 정체시키면서 강바닥 퇴적물을 침전시켜 뻘이 형성됐다"며 "하상 퇴적물에서는 분뇨냄새 같은 악취가 나고, 물고기 또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재첩의 대량 폐사가 확인된 곳은 가장 상류인 강천보 인근으로 보에서 5㎞ 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강천보 인근에서 어업활동을 해온 한 어민은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죽은 재첩이 눈에 띄더니 올해 들어 더욱 심해졌다"며 "30년 동안 어로활동을 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첩보다 생존력이 강한 다슬기도 최근 채취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보 건설로 유속이 급격히 저하돼 퇴적층이 쉽게 쌓여 썩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4대강조사위원회 이현정 박사는 "강천보 상류에서 오염원이 유입되더라도, 4대강사업 이전 강물의 흐름이 있을 때는 자정작용이 활발히 일어나고 물의 흐름에 따라 오염물질도 하류로 흘러내려갔다"면서 "4대강사업 이후에는 강물이 정체돼 오염물질들이 흘러가거나 정화되지 못하고, 강바닥에 퇴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남한강에서는 머리만 크고 몸집이 마른 상태의 누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먹이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박창재 조사위 처장은 "지난해 금강과 낙동강에서 발생한 수만 마리 물고기 떼죽음과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라며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하천의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수문개방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이어 "하천 퇴적물 조사를 포함한 4대강사업에 전반에 대한 민관합동의 검증작업이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보를 제거하고 4대강을 자연상태로 복원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