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청춘일 것같았던 신하균(39)도 어느새 고교생 자녀를 둔 철부지 아빠가 됐다. 여성팬들은 매우 슬프고 깜짝 놀라겠지만, 다행히 영화 '런닝맨'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다음달 4일 개봉될 이 작품에서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전직 '도바리' 차종우 역을 열연한 그는 "세월의 자연스러운 흐름 아니겠느냐. 눈가의 주름이 자글자글하니 이젠 어쩔 수 없다"며 특유의 '킬링 스마일'을 터트렸다.
# 하루 두 세 시간씩 '공포의 셔틀런'
순전히 몸으로 때우는 액션물은 데뷔 15년만에 '런닝맨'이 처음이다. 가장 연기 첫 도전과 더불어 이 작품이 무척 의미깊은 이유로, 출연을 마음먹은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더 나이들기 전 몸이 허락할 때 한 번쯤 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합을 짜지 않고 종로와 청계천 광장, 서울월드컵경기장 등 서울의 도심 곳곳을 누비며 무식하게 몸으로 부딪치는 액션이었기에 정말 힘들었어요."
지난해 여름의 살인적인 무더위는 촬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탈진을 우려한 무술팀은 신하균에게 촬영전 유산소 운동 위주의 훈련을 지시했고, 두 달 넘게 하루 2~3시간씩 '히딩크식' 셔틀런을 반복했다.
남들은 모르는 고소공포증도 그를 괴롭혔다. 와이어 하나에 의지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반복해 뛰어넘곤 했는데, 촬영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로 인한 늑골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연출자인 조동오 감독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도,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것도 촬영이 끝나고야 털어놓더라. 표정이 워낙 태연하고 여유만만해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다"고 귀띔했다. 신하균은 "감독님이 액션에 재능이 있다고 현장에서 자꾸 추켜세웠다"며 "그러나 이젠 안 속는다. 칭찬에 넘어가면 비슷한 액션물 시나리오를 또 던져줄 것같다"고 촬영 당시의 고충을 돌려 말했다.
# 드라마서 이민정과 연기 부담? 천만에!
10대때 '사랑의 불장난'으로 얻은 아들 기혁(이민호)과 티격태격하지만 점차 상대를 이해하고 아끼게 되는 과정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청소년기도 되돌아봤다.
그 시절 신하균은 말없이 학교와 집만 오가던 고교생이었고, 회사일에 바빴던 아버지와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결혼을 하지 않아 아들과 호흡을 맞추는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이끌어내야 할 지 조금 고민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어요. 서로에게 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속정은 깊은 한국의 전형적인 부자 관계라고나 할까요. 지금도 아버지가 말을 걸어 오시면 살짝 겁이 납니다. 하하하."
영화 개봉일에 처음 방송될 SBS 새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선 다른 당 국회의원과 비밀 연애에 빠지는 총각 의원을 연기한다. 상대역은 이병헌의 '그녀'인 이민정이 나선다.
13년전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호흡을 맞췄던 선배의 여자친구가 살짝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낚시성(?) 질문에 "그런 건 전혀 없다. 워낙 예쁘고 연기 잘하는 친구이므로 아주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병헌 형이 워낙 바빠 전화는 못 드리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 나이로 불혹에 접어들면서 주위의 결혼 독촉은 더욱 강해졌지만, 여전히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눙쳤다. 소개받는 것도, 먼저 다가가는 것도 모두 부담스러워 가만히 있다 보니 솔로 생활이 몸에 흠뻑 젖고 말았다고 하소연했다. "결혼도 연기도, 아무 것도 해 놓은 것없이 그냥 마흔이 됐나 싶어 요즘 들어 어쩔 때는 한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술도 빨리 취해 바깥보다는 자꾸만 집에서 조용히 마시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요. 그런데 어쩌죠? 지금의 이 생활이 너무 편안하고 좋거든요. 저 아직 어른 아닌가봐요."·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편집/원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