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전 이십대 중 후반 여자입니다. 일 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습니다. 연상의 직장동료인 삼십 대 중반 노처녀인데요, 그녀에게는 겉으로 봤을 때 객관적으로 저보다 나은 부분이 없어요. 누가 봐도 그 나이로 보였고 저보다 날씬하지도 예쁘지도 않죠. 그녀에게 잠시 마음이 흔들렸던 남자친구는 큰 탈 없이(?) 돌아왔지만 오히려 제게 변화가 왔죠. 그 일 이후로 그녀의 SNS등을 자주 들어가 보고 두 사람의 대화나 이메일을 훔쳐보게 된 거예요. 처음엔 단순한 적대심이었는데 어느덧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녀와 함께 일하는 느낌이 그토록 멋질까 궁금하기도 했죠. 그때마다 내가 그녀보다 못한 게 뭘까 싶어 마음이 복잡합니다. (라일락)
Hey 라일락!
그녀에 비해 내가 가진 건 젊음, 못 가진 건 경험. 안절부절 짜증나는 건 당연해. 돈 줘도 세월과 경험은 못 사니까. 그간 그 삼십대 중반녀는 더 이상 젊지만은 않을 때 비로소 가질 수 있는 혜안, 용기 그리고 포용력, 이런 것들이 농축되어 남자친구를 매료시킨 거겠지. 날씬하고 예쁜 것만이 여자의 기량은 아니니까. 내 남자가 잠시나마 좋아했던 여자한테 관심 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그녀와 내가 가진 것을 비교하는 것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 비교는 고통만을 줄 뿐이고 그 고통은 보통 다른 사람들의, 특히 남자친구의 공감을 얻을 수도 없어서 쓸데없이 고독감만 더 느끼게 될 거야. 특히 비교를 한다는 건 '우열'을 매기는 건데 '난 이게 그 여자보다 낫고 그 여잔 나보다 이게 낫고'해서 어쩌려고? 비교해서 그녀가 가졌지만 내겐 부족한 걸 채워 넣을거야? 그녀는 그녀, 나는 나. 내가 모든 면에서 '우'가 아닌 '열'이라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어야지. 부디 이번 일이 당신에게 씁쓸함이나 패배감을 안겨주는 대신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었으면 좋겠어. 개인적으로 여잔 삼십대 중반이 가장 아름다울 때라고 생각해.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