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교야구 선수 이야기다. 제 85회 춘계 선발고고야구선수권대회에서 에히메현의 대표로 출전한 사이비고교의 우완투수 안라쿠 도키히로(17)는 결승전 포함 4경기에서 663개의 볼을 던졌다. 결승전에서는 힘이 부쳤는지 6회 밖에 던지지 못한 채 9실점했고, 팀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구 상원고 이수민은 지난 7일 대구고를 상대로 26개의 탈삼진을 뽑아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연장 10회까지 162개의 볼을 던지며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선동열 KIA 감독은 일본 주니치 시절 일화를 소개했다. 49살인데도 아직도 주니치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좌완 투수 야마모토 마사의 전설같은 불펜 투구기였다. 선 감독은 "야마모토가 스프링캠프에서 볼을 던지는데 한번에 600개를 던지더라. 그것도 일구 일구를 자신의 습관대로 혼신을 다해 던지는데 모두 4시간이 걸렸다"고 기억했다.
선 감독은 어떻게 한 번에 600개를 던질 수 있는 것인지 놀라웠는데 야마모토의 대답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그에게 "그렇게 던지는데도 팔이 아프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아프지 않다. 이유는 팔이나 어깨에 무리한 힘을 주지 않으면 아플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선 감독은 마사의 말에서 투수 조련의 철학을 얻었다. 던질 때 불필요한 힘, 즉 무리한 힘이 없으면 부상 당할 일이 없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넘을 때까지 볼을 던져라. 무아지경이 될 때까지 볼을 던지다 보면 온몸의 힘이 빠지고 가장 필요한 최적의 힘만 쓴다는 것이 요체였다. 그래서 투수들에게 많은 투구수를 요구한다. 이는 한계를 뚫어야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다.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