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철이 화났구나. 그래도 물건을 던지면 안되지. 다음부터는 '무엇 때문에 화났어요'라고 먼저 얘기해줘. 선생님과 함께 어떻게 화를 풀지 생각해보자."
초중고교 교실이 변하고 있다. "안 돼" "하지마" 등 강압적인 말로 학생들의 행동을 직접 통제하는 훈육 방식 대신 학생들의 감정 상태를 파악해 긍정적인 해소법을 찾도록 유도하는 '감정코칭'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감정 컨트롤'을 통해 학교폭력과 '왕따'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감정코칭을 실천 중인 교사들의 설명이다.
감정코칭은 사실상 서울시교육청의 주도로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시교육청이 시작한 '감정코칭 프로그램' 연수에는 서울시 전체 교사 7명 중 1명에 해당하는 7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의 불안·분노 등 감정을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지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연수 참여 교사들의 평가다.
교육청은 개학을 앞둔 올 2월에는 감정코칭의 일환으로 '정약용(정직·약속·용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교 현장에 제안했다.
정약용 프로그램은 '행복 눈맞춤 출석부' '바른말 고운말 쓰기 운동' '배려·책임·감사 등을 배울 수 있는 미션 제시' 등 감정 표현 방식을 익히기 위한 프로그램 등이 주를 이룬다.
특히 행복 눈맞춤 출석부는 간편하고 현장 적용도가 높다.조회 시간에 출석을 부르면 학생들은 "4번(기대감이 크다)입니다" "27번(무섭다)입니다" 등 미리 작성한 감정 조견표의 번호로 대답한다. 담임교사는 학생의 감정 기호를 출석부 옆에 적어놓았다가 상담 및 대화에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감성교육 프로그램을 학교 현장에 접목시키는 서울 전곡초등학교 박현주 교감은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선생님이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푸근함을 느낀다"며 "이른바 문제학생들의 행동이 유순해지는 등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박 교감은 "감정코칭은 이제 학교 폭력 등을 예방하기 위한 대안이 아니라 우리 교육의 진정한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