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엄주현(35)씨는 매달 45만~50만원을 딸의 유치원비로 지출한다. 정부에서 22만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3개월마다 한 번씩 내는 교재비 및 특별활동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올해 들어갈 돈만 얼추 200만원이다. 세 살배기 아들의 양육비까지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 5년차 직장인 한지혜(30)씨는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 한씨의 월급은 150만원. 월세(45만원)와 기본적인 생활비를 빼고 알뜰히 저축했지만 지금까지 모은 돈은 1000만원에도 못 미친다. 대학에 다니는 동생 때문에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처지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1만8000가구 남녀 1만515만 명을 대상으로 한 '2012년도 결혼·출산동향 조사' 및 '출산력·가족보건복지 실태 조사' 결과, 지난해 각 가정이 자녀 1명 양육비로 월평균 118만9000원을 지출했다고 10일 밝혔다.
양육비 중 사교육비가 월 22만8000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양육비는 2003년 같은 조사 당시 74만8000원에서 2006년 91만2000원, 2009년 100만9000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출생부터 대학 졸업(22년)까지 자녀 1인당 총 양육비를 3억896만4000원으로 추산했다. 2009년 2억6204만4000원보다 18% 늘어난 규모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비율은 3년 전에 비해 남녀 모두 줄었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의 결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낮아졌다.
복지부의 같은 조사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와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미혼 남성은 지난해 67.5%로 2009년(69.8%)보다 줄었다. 미혼 여성은 같은 기간 63.2%에서 56.7%로 남성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여성은 13.3%로 남성(25.8%)의 절반에 그쳤다. 2009년 조사와 비교하면 남성(23.4%)은 약간 증가했으나 여성(16.9%)은 감소했다.
결혼 기피 사유 1위로는 남녀 모두 '안정된 직장을 가지기 어렵다'거나 '집 장만 등 결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등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2010~2012년 결혼한 신혼부부의 1인당 평균 결혼 비용은 남성 7545만6000원, 여성 5226만6000원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과 달리 혼인 관계에 의한 출산이 중심인 한국 사회에서 결혼 가치관의 퇴색은 출산율 회복을 막는 주요 요인"이라며 "본격적인 출산율 회복을 위해 주택·노동·의료 등 경제·사회 각 분야가 출산 친화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